2017년, 시민참여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네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업주였다. I-9 폼이 뭔지도 몰랐던 그는 첫 단속에서 벌금을 맞았고, 3개월 뒤 재차 서류를 요구받았지만 이번에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리고 곧 추방명령서가 날아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훨씬 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2026년 3월,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Form I-9 감사 지침을 전면 개정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그동안 사소한 실수로 분류되어 10일간의 수정 기회가 주어지던 항목들이, 이제는 곧바로 벌금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위반(Substantive Violation)'으로 재분류됐다.
서명란을 깜빡했거나, 날짜를 잘못 적었거나, 구버전 폼을 사용한 것 등 예전 같으면 "고치세요"라는 통보로 끝났을 실수가, 이제는 곧바로 청구서로 돌아온다.
액수도 결코 가볍지 않다. 서류상 위반은 건당 최대 2,861달러, 미승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최대 28,619달러까지 치솟는다. 게다가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은 시정 후에도 5년간 이어진다. 실수 한 번의 대가가 5년의 꼬리표로 남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이 추상적인 위협이 아니다. 2025년 4월, 콜로라도의 한 업체는 서류 관리 부실만으로 62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불법 체류자를 고의로 고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서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고의가 없어도, 시스템이 없으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민참여센터가 2025년 여름 한인 사업장 38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103곳 중 약 60%가 I-9 폼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답했다.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곳은 14%에 불과했고, 80%는 아예 서류를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단속의 칼끝이 정조준하고 있는 고용 회전율 높은 업종, 즉 식당·네일살롱·소매점·세탁업·중소 제조업에 종사하는 우리 이웃들이, 정작 가장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위기관리 심리학은 한 가지 일관된 패턴을 보여준다. 위기 경고가 처음 울릴 때 즉각 반응하는 사람은 전체의 1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90%는 단속반이 실제로 가게 문을 두드리거나 수만 달러의 벌금 통지서를 손에 쥐는 순간에야 비로소 움직인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 익숙한 패턴이 통하지 않는다. 개정된 규정 아래서는 교정 기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깨닫는 순간, 이미 벌금은 청구된 뒤다.
“우리 가게는 가족 중심이라 괜찮겠지", “오래 함께 일한 직원들이라 문제없어" 이런 안도감이 가장 위험하다. 정부가 들여다보는 것은 직원 개개인의 신뢰 관계가 아니라, 사업장 전체의 서류 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한 가게의 벌금이나 폐업을 개인의 사업 리스크로만 볼 수는 없다. 한인 밀집 상권은 수십 년간 이민 1세대가 피땀으로 일군 경제적 터전이다. 여기서 하나의 사업체가 흔들리면 그 여파는 고용된 직원, 인근 상권, 나아가 커뮤니티 전체의 경제적 신뢰도로 번진다.
시민참여센터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은 한 업주를 도와주는 자선이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의 경제 기반을 지키는 방어선이다.
당장 우리 가게의 모든 직원 I-9 폼을 꺼내어 누락된 항목이 없는지, 유효기간이 지난 신분 증명서가 방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사내 감사(Internal Audit)를 즉시 실시해야 한다.
시민참여센터 등 단체들이 제공하는 가이드와 세미나에 귀를 기울이고, 최신 개정된 폼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ICE 혹은 HIS(ICE 산하 수사국)가 가게에 찾아왔을 때 업주와 직원이 취해야 할 행동 요령을 숙지하고, 회계사나 이민 전문 변호사와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두어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옛말은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진실이 되고 있다. 경고음이 울릴 때 준비하는 자는 살아남고, 그 소리를 흘려듣는 자는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른다. 내 가게, 내 이웃,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일궈온 커뮤니티의 경제적 터전을 지키기 위해 지금,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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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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