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비아 와일드 다크 코미디 ‘더 인바이트’
▶ 세스 로건·페넬로페 크루즈·에드워드 노튼
▶ 세스크 게이의 스페인 영화‘센티멘탈’원작

영화‘더 인바이트’는 결혼 생활의 위기를 맞은 부부가 위층 이웃을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 욕망, 그리고 관계의 재발명을 날카롭게 탐구한다. [사진 제공=A24]
“사람은 항상 사랑에 빠져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결코 결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의 영화 ‘더 인바이트’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중요하지 않은 여인’(1893) 3막에 등장하는 로드 일링워스의 대사로 문을 연다. 영화 속 조와 앤젤라의 결혼 생활은 위태롭다. 어느 밤 부부는 수수께끼 같은 위층 이웃 호크와 피냐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하룻밤을 맞이한다. 사랑의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일까.
이 영화는 단순히 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관계와 소통,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품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이 서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완전한 타인이 되어버린 상황, 그리고 그 사실을 마주할 용기를 그린다.
스페인 세스크 게이 감독의 ‘센티멘탈’을 윌 매코맥과 라시다 존스가 각색한 대본에서 출발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이미 여러 언어권에서 각기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와일드 감독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만큼 이야기의 핵심에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성이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원작을 본 뒤 그는 단순한 설정 속에 각색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매코맥과 존스의 영어 각본을 읽으면서, 시드니 루멧의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이나 마이크 니콜스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1966)를 떠올렸다. 이들 작업처럼 리허설과 웍샵을 거쳐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며 즉흥성을 살리는 방식, 즉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온 제작 방식을 실현할 완벽한 틀이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실제로 대본은 그가 처음 읽었을 때와 촬영을 시작할 때, 그리고 촬영을 마쳤을 때가 모두 달랐다고 한다. 배우들이 가져온 디테일이 이야기를 계속 살아 움직이게 만든 셈이다.
촬영 일수는 21일, 필름은 35mm를 택했다. 디지털 촬영이 보편화되면서 코미디 장르가 잃어버린 질감을 되찾고 싶었다는 것이 와일드 감독이 필름을 고집한 이유다. 영화의 거의 전부가 한 아파트 안에서 벌어지는 만큼 공간 설계는 각별한 도전이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제이드 힐리, 촬영감독 애덤 뉴포트베라와 함께 와일드는 원래 개방형 구조로 묘사됐던 대본 속 아파트를, 숨을 곳과 은밀한 공간이 있는 미로 같은 구조로 새롭게 구상했다. 두 커플이 서로 다른 공간으로 흩어지는 설정 역시 배우들과의 즉흥 작업 속에서 탄생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집 투어’ 장면들은 세트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촬영으로 이어졌다. 거울과 유리 등 경계를 상징하는 소품들로 감정의 벽을 시각화한 점도 눈에 띈다.
조 역은 세스 로건이, 조의 아내는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이 연기한다. 피냐 역에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출연하는데 와일드 감독은 크루즈가 스페인어권 영화들, 특히 알모도바르 감독과의 작업에서 보여준 것처럼 뛰어난 코미디 감각을 지닌 배우라고 평가했다. 처음에는 완벽하고 유혹적인 인물로 그려질 뻔했던 피냐 캐릭터를, 크루즈가 오히려 어색함과 서투름, 분노 같은 ‘불완전한’ 면모로 채워나갔다고 회상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오랜 관계 속에서 무뎌진 감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먼저 상대를 낯선 존재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와 앤젤라는 서로를 안다고 믿었지만, 낯선 이웃 부부와의 하룻밤을 통해 오히려 자신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무심해졌는지를 깨닫는다. 와일드 감독은 이 과정을 자극적인 소재로 포장하지 않고, 인물들의 표정과 침묵, 어색한 웃음 같은 미세한 순간들로 채워 넣는다.
107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웃다가, 공감하다가, 때로는 가슴이 저릿해진다. 올리비아 와일드의 가장 개인적이고 성숙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더 인바이트’는 관계의 위기 속에서도 ‘사랑에 다시 빠질’ 용기를 건네는 영화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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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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