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패틴슨 주연 ‘프라임타임’
▶ 진행자 크리스 한센으로 변신

영화 ‘프라임타임’은 2006년을 배경으로 크리스 한센(로버트 패틴슨 분)이 시청률과 특종을 좇으며 점점 더 대담해지는 과정을 다룬다. [A24 제공]
영화 ‘프라임타임’이 겨누는 지점은 명확하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화면에 등장해 특유의 낮고 절제된, 그러나 은근한 극적 긴장감을 품은 목소리를 내뱉는 순간 SNS는 즉각 반응했다. 실존 인물 크리스 한센의 음색과 말투, 정제된 손짓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낸 그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감”이라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 패틴슨의 파격적인 변신은 단순한 성대모사를 넘어, 2000년대 미디어의 정점에 서 있던 한 인물의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이식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미국 TV 역사상 가장 논란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사 프로그램 ‘데이트라인’의 코너 ‘투 캐치 어 프레데터’가 승승장구하던 2006년을 배경으로 삼는다. 진행자 크리스 한센이 시청률과 특종을 좇으며 점차 대담해지는 과정, 그리고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과 ‘미디어 스펙터클’이라는 상업적 욕망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을 파고든다.
‘프라임타임’은 단순한 실화 재연에 머물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썸 카인드 오브 헤븐’, ‘렌 페어’ 등에서 인물의 내면과 집단의 이면을 특유의 서늘하고 정교한 관찰자적 시선으로 담아냈던 랜스 오펜하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펜하임 감독은 다큐멘터리 연출을 통해 축적한 현실 밀착형 시선을 이번엔 ‘극적 재구성’이라는 낯선 형식에 이식하려 시도한다. 오펜하임 감독은 2000년대 초반 방송 TV와 리얼리티 쇼를 보며 자란 세대다. 그는 “대부분의 리얼리티 TV가 의도적으로 선정적이지만, ‘투 캐치 어 프레데터’처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화 전반과 상상력에 깊게 각인된 프로그램은 드물다”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진행자 크리스 한센은 사법적 처벌 자체를 하나의 범국민적 볼거리로 만드는 시대를 열었고, 도덕적 분노를 반드시 본방 사수해야 하는 ‘프라임타임 TV 쇼’로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영화가 조명하는 미디어의 도덕적 회색지대는 실제 있었던 과도한 취재 방식과 비극적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방송사가 실질적인 사법 기관처럼 행동하며 정식 사법 절차를 앞질러 대상자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방식은 끊임없이 ‘함정수사’ 논란을 불렀다. 방송 편성 자체의 선정성은 물론, 민간 자원봉사 단체와의 모호한 협력 방식에 대한 법적·윤리적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같은 논란이 폭발한 결정적 계기는 2006년 11월 텍사스주 록월 카운티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당시 부지검사였던 빌 콘래트가 텍사스 경찰과 제작진이 수색 및 체포영장을 들고 자택에 진입하려 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바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시청률을 위해 공권력과 결탁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폭주에 대해 결정적인 비판 여론을 일으켰고, 결국 잘나가던 시리즈가 종영 수순을 밟게 만든 치명타가 되었다.
로버트 패틴슨을 필두로 메릿 위버, 스카일러 기손도, 피비 브리저스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완성한 앙상블, 그리고 A24 특유의 ‘불편한 톤’은 영화의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작품은 시청률에 눈이 먼 미디어를 단순 단죄하거나 대중의 분노를 사적으로 대리 실현하는 과정을 미화하지 않고, 정의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미디어 스펙터클의 도덕적 회색지대 한가운데로 관객을 밀어 넣는다.
과연 미디어의 정의 구현은 진짜 정의인가, 아니면 그저 팔리는 상품일 뿐인가. 영화 ‘프라임타임’은 오는 9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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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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