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심장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미국이 테러로 무너져 내렸다’- 25년 전의 일이다.
2977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사태. 그 참사의 기억이 많은 미국인에게는 또렷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성년이 된 젊은 세대는 그날에 대한 기억이 없다. 누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기억도, 관심도 없다.
테러에 나선 19명의 알 카에다 대원들은 개인적 원한이 있어 수 천 명의 미국인을 학살한 것이 아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밝힌 테러강령에 동의하고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빈 라덴이 2002년 9.11테러 이후 작성한 ‘미국에 보내는 편지(Letter to America)’가 바로 그 강령으로 증오의 언어로 미국을 성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있고, 이슬람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와 군사적 개입으로 고통을 주고 있으며 석유 자원을 착취하면서 이슬람 성지를 더럽히고 있다 등등이 그 내용이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비추어 볼 때 한 마디로 ‘부도덕하고 타락한 체제’가 바로 미국이라는 주장과 함께 그 미국에 대한 테러를 미화하기까지 했다.
미국과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반감을 종교·문명 정체성의 언어로 극단화 한 이 편지는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차차 잊혀져갔다. 그러나 수 십 년 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Z세대 사이에서 공유되는 등 수시로 소환되고 있다.
서방(West)이란 용어는 ‘더티 워드(Dirty Word)‘가 됐다-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가 만연하면서 불거진 현상이다.
서방이란 용어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마문명과 기독교 세계관, 런던과 파리를 중심으로 한 계몽주의 가치관에서 찾아진다. 서방이라는 개념은 이제 지리라는 영역을 넘어 자유주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유럽의 기독교 문명을 아우르는 정치·문화적 정체성으로 발전해왔다.
이 정의에 대입하면 지리적으로는 서구와는 정반대, 극동에 위치해있는 한국, 일본, 대만은 모두가 서방세계의 일원으로 간주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공통된 아이디어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이 서방이란 용어가 PC주의 만연, 혹은 워크 운동(Woke movement)확산과 함께 국제학계에서조차 금기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왜.
‘서방’이라는 개념은 유럽과 북미를 문명의 표준으로 두고 비서구권 문화를 열등하거나 미개한 것으로 타자화(Othering)해온 역사적 도구였다는 진보·워크(Woke)진영의 강변성의 일방적 지적 때문이다.
그 지적이 그렇다. 전체적 얼개로 볼 때 빈 라덴의 미국 성토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 주장들이 그런데 중간선거정국을 맞아 네오-마르크시즘 성향의 극좌파 미국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 America-DSA) 출마자들에 의해 또 다시 소환되고 있다.
‘미국 역사는 원주민과 흑인 노예에 대한 강탈과 억압의 스토리에 다름 아니다.’ DSA 멤버로 미시건 주 민주당 연방상원 후보가 된 압둘 엘사예드의 발언이다.
같은 DSA 멤버이자 뉴욕 주 상원의원 민주당 후보인 에이버 카와스는 자본주의, 인종차별주의, 백인우월주의로 점철된 것이 미국의 역사라는 주장과 함께 남의 땅의 식민지화, 그리고 자원탈취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밝히면서 9.11사태는 그런 점에서 필연적 사태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 윤곽이 떠오른다. 극좌파와 이슬람이스트가 반(反)서방동맹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까, 그런 그림이다. 미국, 더나가 서방에 대해 증오로 일관된 그들의 공통된 세계관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자유, 법에 의한 통치, 인권을 기반으로 한 열린 세계가 서방이다. 그 서방이 그런데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은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스펙테이터지의 진단이다.
프리덤 하우스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의 자유는 날로 퇴보, 2025년 현재 20년째 자유지수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자유가 향상된 나라는 35개국인데 비해 하락한 나라는 54개국에 이른다는 것.
또 ‘자유 국가’로 인정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21%로 20년 전 46%에서 크게 감소했고 반면 권위주의 국가는 같은 기간 동안 45개국에서 59개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서방은 안팎으로 위협을 받고 있고 또한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게 스펙테이터의 지적이다.
서방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외부세력은 중국, 러시아. 이슬람이스트 독재세력으로 이들은 한 가지 공통된 목표를 지니고 있다. 어떻게든 서방을 분산시켜 와해시키려는 것이다.
그 반(反)서방 세력의 ‘트로이 목마’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서방세계를 자기해체로 몰고 가고 있는 워크 운동(Woke movement)이다. 이와 함께 형성된 기형적 정치조합이 극좌 진보세력과 이슬람이스트 극단 정치세력의 동맹이다. 유럽의 경우 이 두 세력의 야합과 함께 한 문명으로서 유럽이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재명호’의 대한민국은 어떤 방향성 보이고 있나. ‘셰셰’로 지고 새는 언동으로 보아 탈(脫)서방이 지나쳐 권위주의 체제와의 동조화로 나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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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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