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인들은 신의 섭리나 배려, 선견지명 등을 가리켜 ‘프로노이아(pronoia)’라 했다고 한다. 앞을 뜻하는 접두어 ‘pro’와 정신이나 마음, 생각을 의미하는 어근 ‘noia’의 합성어다.
미국 사회학자 프레드 골드너는 저 단어를 피해망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 ‘파라노이아(paranoia)’의 대칭어로 차용했다.
그는 1982년 10월 1일 학술지 ‘Social Problems’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논문에서 “프로노이아는 파라노이아의 긍정적 대응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좋게 생각한다는 망상”이라 재정의했다.
즉 자신의 행실이나 성과를 다른 이들이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여기고, 단지 안면만 있는 사람을 가까운 친구로 생각해 혼자 애착함으로써 예컨대 상대의 가벼운 인사를 미래의 긍정적 약속으로 오판하는 경우 등이 거기 해당된다. 골드너는 타인의 평가에 점점 더 의존하는 현대 사회, 특히 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기업과 학계 등 대규모 조직 사회에서 일종의 자기 방어 기제로서, 혹은 나르시시즘적 자기존중감의 확장으로 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관찰 연구를 통해 밝혔다.
‘온 우주가 나를 돕는다’는 식의 인식이 동기 부여나 사기 진작을 위한 방편이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그게 신념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친절하고 적극적이며 긍정-낙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조직의 책임자가 프로노이아 성향을 띨 경우 계약이나 인사 평가 등에서 부정적이거나 때로는 치명적인 사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골드너는 자신의 연구가 조직-대인 관계 메커니즘 분석에 초점을 둔 것일 뿐 정신의학적 병리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성 사이의 가벼운 호의를 적극적 구애로 오판-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심리학에선 ‘(성적 관심) 과지각 편향’이라 한다. 그 역시 정신병리학적 질환은 아니며, 프로노이아와 마찬가지로 나르시시즘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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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필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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