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를 덮친 고(高)금리 현상은 인체에 비유하자면 고혈압·혈당·고지혈증이 한꺼번에 겹쳐 심근경색과 같은 중대 질병이 터지기 직전인 상태로 볼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압력이 높아지면서(고혈압) 그동안 가계와 기업에 누적돼 있던 부채 부담(콜레스테롤 혈전)이 커지게 된다. 이런 긴장 상태가 누적되면 금융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상태(당뇨)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고금리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과거 고금리 시대는 대체로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면서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경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이전에 볼 수 있었던 고금리가 이런 사례에 속했다.
하지만 최근의 고금리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당장 수요보다 공급 측면이 물가와 금리 인상을 이끌고 있다. 우크라이나부터 중동까지 출구 없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공급망 전반에 압력이 높아졌다. 금리를 올려도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른바 ‘끈적한 고물가’가 지속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이 벌써 2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백투백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이 막대한 회사채를 찍어내면서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 격인 미 국채에 대한 구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6개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오라클·엔비디아)들의 올해 회사채 발행 물량을 10년물로 환산해보면 그 액수가 1870억 달러(약 254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미국이 올해 발행한 국채 물량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조 단위 투자가 일종의 성장 착시를 일으키는 것도 과거 금리 상승기와 다른 현상이다. 설비투자가 급증해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소위 인공지능(AI)발 생산성 개선 효과는 여기에 미치지 못해 경제 전반에 지연 현상과 비용 전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최근 고금리에 ‘뉴노멀’이라는 이름까지 붙는 이유를 이런 원인들만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설령 내일 당장 전쟁이 끝나거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메가 투자 경쟁이 한풀 꺾이더라도 고금리가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금리 장기화론(論)의 배경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재정정책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쓰겠다고 의회에 요청한 추경예산은 876억 달러에 이른다.
관세 전쟁이 의회에서 발목 잡히면서 환급해준 관세도 1150억 달러나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실현이 가능할지는 모르나 집권당인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미국 성인에게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현금 살포 공약도 꺼내들었다.
약 2억 7000만 명인 미국 성인들에게 이 돈을 나눠주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1800조 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내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5.5%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포퓰리즘 정책이 정작 미국 서민의 삶을 짓누르는 역설이 현재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최근 글로벌 국채 발작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고채 금리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현상은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경제성장 덕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기존 전망 대비 1.1%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아직은 고금리라는 질병을 견뎌낼 체력이 우리 경제에 남아 있는 셈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미래대응기금 설치 이후에도 지방교부세가 줄어들지 않게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미래대응기금으로 내년 명절 할인지원을 1조 원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재정 저수지이지 ‘쌈짓돈’이 아니라는 정부 공식 입장과 결이 달라 보인다. 이런 발언들이 우리나라 재정정책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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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서울경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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