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콘도르의 딸’(The Condor Daughter) ★★★★ (5개 만점)
▶ 세대 간 갈등·전통 고수하는 삶
▶ 문화의 차이를 조용히 묘사하며 시각과 청각의 아름다움 빚어내
볼리비아의 안데스산악지역에 사는 원주민 소녀의 성장기로 소녀와 그의 양모와의 관계 그리고 원시적 삶을 벗어나 현대적인 도시의 삶을 동경하는 소녀의 간절한 야심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과 전통을 고수하는 원시적 삶과 현대사회간의 차이 즉 문화의 차이를 수다 떨지 않고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묘사한 볼리비아 영화다. 볼리비아의 2027년도 오스카 국제영화상 후보 출품작이다.
특히 영화에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은 안데스 산을 그림처럼 포착한 촬영으로 이 같은 촬영은 곡을 하는듯한 혼이 서린 원주민들의 전통음악과 잘 어울려 영화를 시각과 청각의 아름다움으로 빚어내고 있다.
소녀 클라라(마리솔 바예호스 몬타뇨)는 산골 마을의 유일한 산파이자 의사 노릇도 겸한 양모 아나(마리아 막달레나 사니조)를 도와 산모의 아기 분만을 배우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아나가 만삭의 여인의 배를 쓰다듬으며 원주민의 전통 노래를 부르면서 아기를 받아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름다운 음성을 지닌 클라라도 아나 옆에서 노래를 부르며 출산을 돕는다.
클라라의 마을은 가축을 기르고 곡물을 키우면서 수 백 년 전이나 다름없는 자연에 의존한 삶을 사는 마을로 무슨 일이 생기면 반상회를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공손한 클라라는 모든 10대들처럼 원시적 삶을 사는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가 넓은 외부 세상을 보면서 새 경험을 하고 가수가 되는 것이 꿈. 이 같은 클라라의 동경은 도시에서 온 어느 여인이 클라라의 노래를 듣고 도시로 오면 파티나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할 수 있다며 명함을 주고 가면서 더욱 강해진다.
여기에 클라라의 유일한 친구 플로라가 도시의 파티에 참석했다가 만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애인의 얘기와 함께 마을을 떠나 도시로 함께 가자고 부추기면서 클라라의 도시로 탈출하려는 마음을 북돋운다. 또 여인의 분만을 도와주고 대가로 받은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현대음악도 클라라의 이 같은 마음을 강하게 자극한다.
아나가 분만을 도와준 여인아 사산을 하면서 도시에서 의사가 찾아와 더 이상 산파노릇을 할 수 없다고 지시하나 아나는 “아기는 집에서 태어나야한다”며 이 같은 지시를 무시한다. 클라라의 가출 결심을 굳히게 만든 것은 마을 주민들이 반상회를 열고 외간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고 비난을 하면서 한 소녀의 긴 머리를 칼로 잘라버린 것을 보고 나서다. 이를 본 클라라가 눈물을 흘리면서 아나에게 “왜 안 말렸느냐”고 따지자 아나는 “그 것이 전통이다”면서 “전통은 존중해야한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클라라는 플로라와 함께 플로라의 애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로 가출한다. 이후로 곡물이 말라 시들고 키우는 양들이 짐승에게 물려 죽으면서 마을 사람들이 이 같은 재앙은 클라라의 가출 탓이라고 비난하자 아나가 딸을 찾으려고 보따리를 등에 매고 도시로 간다.
촬영과 음악 외에 또 다른 훌륭한 것이 배우들의 연기. 대부분 비 배우들로 클라라 역의 마리솔 바예호스 몬타뇨는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 했는데 차분하게 자연스런 연기를 한다. 몬타뇨보다 더 뛰어난 것은 아나 역의 마리아 막달레나 사니조의 연기다. 흙과 같은 향토색 짙은 모습으로 과묵하게 사실감이 돋보이는 연기를 해낸다.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침착하고 마치 명상 하듯이 진행되는 영화는 알바로 올모스 토리코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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