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Cold War)은 끝났나. 답은 예스다. 서반구(Western hemisphere), 라틴 아메리카의 이야기는 다르다.
베를린 장벽 붕괴된 지 37년이 넘었다. 그러나 냉전은 계속 되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지역 곳곳에서 사회주의는 기승을 떨어 왔고 쿠바의 카스트로 체제가 계속 버텨왔다는 점에서.
그 핑크 타이드의 파고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때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의 시점이다. 1999년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를 접수했다. 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들에 사회주의와 급진 좌파 성향의 정권이 연이어 들어섰다.
좌파 전성시대 10여년. 경제 위기와 부패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핑크 타이드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룰라의 재집권 성공과 함께 브라질이 또 다시 좌경화되고 칠레, 콜롬비아 등도 좌향좌, ‘2차 핑크 타이드’가 이어졌다.
트럼프 2,0시대 개막과 함께 라틴 아메리카에 정치적 대변혁이 일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전격 체포·미국이송이다. 이 시기를 전후해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파라과이에 이어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이 차례로 우향우로 방향을 선회했다.
트럼프 재집권 2년. 서반구에 블루 타이드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그 블루 타이드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까.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룰라의 신화’가 무너져 내린 지난 4일의 브라질 대통령선거다.
여론조사는 룰라(공식본명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바)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투표 결과는 그러나 정반대로 나타났다.
쿠데타 혐의로 27년형을 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PL)후보가 47.03%의 득표율로 45.16%에 그친 노동자당(PT)의 룰라 대통령을 제치고 1위로 결선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 마디로 룰라의 노동자당이 박살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이 번 대선 결과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셀리가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되는 등 보우소나르 집안사람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했다. 거기에다가 우파인 자유당이 상하 양원에다가 주지사 선거를 휩쓸다시피 해 하는 말이다.
극빈층 출신으로 브라질 대선에 일곱 번이나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좌파 지도자로서 신화를 써나갔다. 그런 룰라가 왜 이 같은 참패를 맛보게 됐나.
‘룰라는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감옥에 보냄으로서 브라질의 우파운동은 끝장이 났다고 생각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그게 착각이었다는 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쿠데타 혐의로 구금시킨 게 정치적 보복으로 비쳐지면서 우파의 강력한 결집을 불러왔다. 반면 미온적인 범죄대책, 경제정책 실패 등과 함께 ‘룰라 신화’는 크게 퇴색됐다.
손때가 많이 묻었는지 브라질의 여론조사는 항상 여당 우세로 나온다. 그런 정황에서 룰라는 권력에 도취돼 변화를 요구하는 대중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다가 선심성 돈 뿌리기, 동성애자 권리 보호 등 룰라의 좌파 포퓰리스트로서의 책략에 유권층은 이제 식상할 대로 식상했다.
룰라 패배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되는 건 좌파 특유의 퇴행적 정치수사 남발이다. 모든 것을 계급투쟁으로 해석한다. 미국 하면 으레 따라 붙는 수식어는 제국주의다. 그러면서 미국을 배격하고 중국을 떠받든다. 동시에 추구한 게 위험한 공산주의 스타일의 통제경제다.
룰라의 가장 치명적 실수는 브라질 국민에 대한 과소평가라는 게 이어지는 진단이다.
극좌 사회주의체제가 들어선 결과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브라질 유권자들은 이웃 국민으로서 똑똑히 목격해 왔다. 이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 결과 브라질 유권자들은 한 표 행사를 통해 지긋지긋한 좌파와의 관계 청산이라는 극명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블루 타이드에 합류한 것으로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는 진단했다.
이런 룰라를 ‘쿠바 스타일 사회주의의 마지막 공룡’으로 더 힐지는 묘사, 그의 패배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과의 동맹과 자유 민주주의는, 특히 트럼프 2.0시대를 맞아 서반구에서 이제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거다. 확대해석하면 ‘트럼프가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 자이언트를 넘어뜨림으로서 21세기의 사회주의는 중환자실에 처박힌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 브라질 대선 이야기가 그렇다. 뭔가 강한 기시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종중친북 정권의 머지않은 ‘그 날’에 대한 예표가 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다.
권력에 도취돼 방향감각을 상실한 이재명과 이른바 친명사람들. 그들의 거침없는 반미행보. 무너지고 있는 한미동맹과 안보전선. 그리고 날로 피폐해가는 민생경제. 그 가운데 가속도로 이완되고 있는 민심. 그 끝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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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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