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6개월, 어느 쪽이 이기고 있나?’ 8월 28일, 그러니까 ‘장엄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이 펼쳐진지 반년이 된 날 더 데일리 와이어가 던진 질문이다. ‘미국은 꼼짝할 수 없는 곤경(quagmire)에 처해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하나같은 평가다.
그 평가가 그렇다. 과거 월남전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할까. 진상은 과연 어떤가.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압도적인 공군력과 정밀 타격으로 이란의 주요 핵 시설, 군사 기지, C4ISR(지휘통제) 시스템이 초토화됐다. 거기에다가 헤즈볼라, 하마스 등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이란의 반(反)미, 반 이스라엘 테러 네트워크 동맹세력도 와해 상황을 맞았다.
공습 첫날 알리 하메네이 이란회교공화국 최고 지도자가 폭사했다. 그 뿐이 아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비롯해 모하마드 파크포우르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의 총사령관, 아지즈 나시르자데 국방장관 등 40여명의 회교혁명정권 수뇌 급 인물들이 제거됐다.
경제는 빈사상태를 헤매고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212만 배럴에 이르던 석유수출은 65만 배럴(5월 현재)로 급감, 그 결과 군과 경찰의 급료지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근 70%에 이르고 이란 리알화와 미 달러화의 환율은 200만대 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단위 가치가 낮은 통화로 전락했다.
지난 6개월간 전쟁으로 이란이 입은 물적, 경제적 손실은 1440여억 달러로 이란의 전쟁 전 GDP의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미군 전사자 수는 18명에, 부상자는 62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리고 연속된 정밀 유도 미사일 및 방공 미사일 소모로 인해 재고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미국이 입고 있는 대미지라면 대미지다.
그렇다고 모두 OK라는 건 아니다. 지정학적,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평가는 다소 달라진다. 미국은 군사적 목적은 거의 달성했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의 이란 침공의 주 목표의 하나는 이란회교 혁명정권 전복, 즉 레짐 체인지다.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이란 회교공화국 수뇌 대부분을 제거했으나 레짐 체인지는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다가 IRGC가 보이고 있는 이외의 탄력성, 그러니까 주요 원거리 타격 자산 상실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험준한 지형을 활용한 비대칭 전력, 지하시설 중심의 분산 지휘 체계로 장기 항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 등은 다소나마 미국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정밀 무기 재고 소모가 누적되면서, 대만 해협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군 전략적 억지력 유지에 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노정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이다.
이상의 대차대조표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란은 정치적, 전략적으로는 다소 점수를 따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왜 하나같이 ‘미국은 극도의 곤경에 처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일까.
만연한 반(反)트럼프 정서가 그 한 답이다. 특히 트럼프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은 게 미 언론계다. 때문에 이란 전쟁에 대한 미 언론의 평가는 네거티브로 흐르기 십상이라는 거다.
‘전쟁에 관한 한 미국인들은 심각한 조급증세를 보이고 있다.’스펙테이터지의 지적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치른 전쟁, 한국전, 월남전, 1차, 2차 걸프전 등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난 미국적 성향은 전쟁에 대한 조급증세다. 전황이 조금만 나빠지면 참지 못하는 거다.
이 미국 특유의 조급증세를 더욱 부채질 한 건 1차 걸프전이다. 1991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상대로 한 이 전쟁에서 미국은 100시간의 지상전을 포함해 42일간의 교전을 통해 군사는 물론 정치적 목적도 모두 달성했다.
이후 미국이 전쟁에 돌입하면 바로 이 기대감이 작용, 이는 전쟁에 대한 조급증세로 변질되어왔다는 분석이다. 그 기대감이 이란 전쟁에도 작용, 조금만 전황이 안 좋으면 비관적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스펙테이터의 분석이다.
이란 전쟁 181일 째를 맞아 트럼프는 ‘경제적 D-데이(Economic D-day)를 선포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이란 고립 경제전쟁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발표한 ‘전면 경제 고립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이 그것으로 주요 내용은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전 세계의 금융 연결망과 경제적 생명 줄을 완전히 끊어 이란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핵심 수단은 이란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및 금융기관까지 처벌하는 강력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이란 회교혁명정권의 레짐 체인지다. 그렇지 않아도 허덕이는 이란경제를 질식 상태로 몰아가 민중봉기나 내란을 유도해 정권을 주저앉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인내심이다.
전쟁 조급증세의 미국은 그 과정에서 얼마나 인내심을 보일 것인가. ‘경제적 D-데이’선포 이후 이란 정세 관전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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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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