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또 하나의 나팔소리가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 앞으로 오랜 세월, ‘소망 중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견디면서’ 감당할 ‘기나 긴 황혼녘의 투쟁(Long twilight struggle)’에 나서라는 부름입니다.“
1961년 1월 20일 제 35대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취임 연설에서 남긴 역사적인 명연설의 핵심 구절이다.
소련과의 냉전(Cold War)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묘사했다, 동시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장기적인 도전의 각오를 잘 다짐하고 있다. 이 구절에 쏟아진 평가다,
이 ‘기나 긴 황혼녘의 투쟁(Long twilight struggle)’구절이 요즘 들어 또다시 소환되고 있다.
‘미-소 냉전은 지정학적 측면과 이데올로기 측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당시 미국의 경쟁세력이었던 소련은 열강의 하나이자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공산 전체주의체제이기 때문이다.’
스펙테이터지는 이 같은 분석과 함께 ‘기나 긴 황혼녘의 투쟁’이란 구절은 오늘날의 미-중 경쟁관계도 가장 정확히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20세기 소련의 해외·군사정책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러시아 역사의 산물이다. 거기에 러시아의 지리적 환경도 한 결정적 요소로 작용됐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의 해외정책은 마르크스-레닌-마오이즘 이데올로기에, 중국 역사, 그리고 중국의 지리적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공산당, 혹은 공산주의자들이 보여 온 가장 탁월한(?) 능력은 기만술이다. 악마의 가장 영악한 간계는 인간들로 하여금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와 방불한 기만술로 일관된 게 공산체제의 해외정책의 특질 중 하나다,
1920년대 중반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소련공산당은 역정보 전술을 펼쳤다. ‘볼셰비키는 혁명 이데올로기를 포기했다’는 기만술이 그것이다. 그 역정보 전술에 서방은 넘어갔다.
한 마디로 모략(謀略)의 나라가 중국이다. 그 전통을 이어 받은 중국공산당(CCP)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서방을 상대로 펼쳐온 것도 같은 기만술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이 네 글자가 그 기만술의 요체로 과거 소련보다 더 대규모로, 또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펼쳐져왔다.
대대적 역정보 전술을 통해 CCP 지도자들은 사실은 자본주의자이고 원하는 건 돈벌이와 경제발전이라는 인식을 미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에게 심어주었다. 그 뿐이 아니다. 서방의 금융지원도 이끌어 내 중국이 경제, 군사적 파워로 발돋움하는 크게 일조를 했다는 분석이다.
2012년 시진핑의 등극과 함께 CCP는 자본주의자 마스크를 벗어던진다. 기만전술을 통해 그동안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리고 마침 목도한 것이 리먼 브라더스 부도사태다. 이를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점차 확신으로 굳어진 게 ‘서방은 지고 동방은 부상한다(東昇西降)’는 담론이다.
이게 신념으로 굳어지면서 시진핑은 마르크스-레닌-마오이즘에 아주 충실한 공산당 지도자로서의 본색을 온 천하에 드러낸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소멸하고 공산주의가 승리한다’, ‘중국의 이데올로기와 사회 시스템은 서방과 양립할 수 없고 서방과의 투쟁은 필연이다’- 시진핑이 쏟아낸 말들로 레닌과 마오쩌둥 사상을 통해 ‘완전한 독재’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영도의 CCP 이데올로기는 극단적으로 위험하다는 게 노르웨이의 정치학자 스타인 링겐의 지적이다.
‘서방과의 투쟁에서 중국의 승리는 필연적이다.’ 이 CCP 이데올로기를 더 강성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중국의 전통과 역사다. 한(漢)지상주의의 천하사상(天下思想)이 바로 그것이다.
온 세상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게 천하사상이다. 하늘의 명(天命)을 받은 황제(天子)가 다스리는 중국(中華)이야말로 문명의 중심이자 유일한 질서의 부여자로, 주변 지역은 교화의 대상인 변방(오랑캐)으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에서 비롯된 게 조공과 책봉체계다.
CCP 이데올로기와 이 천하사상의 혼합체가 시진핑의 중화민족의 부흥, ‘중꿔멍(中國夢)’이다. 오는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100주년을 맞이해 중국은 ‘세계 넘버 1 강성국가’가 되어 옛 천자(天子)국가의 위상을 되찾는다는 지극히 ‘중국스러운 꿈’이다.
그 ‘중꿔멍’ 달성을 위해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중국 인민해방군을 ‘월드 클래스‘로 육성하는 것이다.
미국 전쟁부의 2025년 연례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보유고는 600여기에서 2030년까지 최소 1000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 최대인 중국의 해군은 미국에 비해 200배에 이르는 선박건조능력에 따라 머지않아 전 세계 해상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도전은 이로 그치는 게 아니다.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공급망, 우주, 표준설정 등 기술과 경제, 규범을 둘러싼 패권 경쟁 등 전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날로 강성으로 굳어지고 있는 중국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21세기의 천자(天子)국이 되겠다는 야망.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미국이 또 다시 맞이하게 된 ‘기나 긴 황혼녘의 투쟁(Long twilight struggle)’은 과거 소련과의 냉전시대 보다 더 위험하다. 그리고 그 투쟁의 결말은 21세기 세계질서의 정치적 구조를 결정하게 될 것 이라는 게 스펙테이터지의 결론이다.
4개월 만에 또 다시 대좌하게 된 트럼프와 시진핑, 결국 기 싸움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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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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