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훈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메트포르민·GLP-1 치료제 등 원인 가능
▶ 무설탕 간식 속 ‘당알코올’도 설사 유발
▶ 오래된 당뇨 땐 자율신경병증 먼저 의심
▶ 혈변·체중 감소 동반하면 진료 서둘러야

[클럽아트코리아]
당뇨병 진단 후 처방받은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설사가 잦아졌다면 약 때문인지 의심하게 된다. 계속 복용해도 괜찮을지, 혹시 당뇨병이 심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도 앞선다. 실제 일부 당뇨병 치료제는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설사는 당뇨병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 아니며 환자에게 생긴 설사가 모두 당뇨병이나 약 때문인 것도 아니다. 약을 처음 복용하거나 용량을 늘린 시점과 증상이 나타난 시점을 비교해보되 설사가 지속된다면 다른 원인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메트포르민은 복용 초기나 용량을 늘린 뒤 복부 불편감이나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탄수화물의 소화·흡수를 늦추는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 역시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흡수되지 않은 탄수화물이 장에서 발효되면서 가스가 차거나 설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GLP-1 계열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메스꺼움과 설사, 변비 등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치료를 시작한 초기나 약의 용량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런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좋아지기도 한다.
약이 원인으로 의심된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복용 방법이나 처방을 조정할 수 있다. 메트포르민의 경우 식사와 함께 복용하거나 용량을 서서히 늘리는 방법이 있다. 약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는 서방형 제제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GLP-1 계열 치료제 역시 증상에 따라 증량 시기를 늦추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환자가 임의로 약을 끊거나 증상을 무작정 참기보다는 설사가 시작된 시점과 증상의 정도를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가 계속된다면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과 술은 줄이는 것이 좋다. 설사와 구토가 심해 제대로 먹거나 마시기 어려워지면 탈수가 발생할 수 있고 혈당과 신장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 일부 당뇨병 치료제의 일시 중단이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하게 진료를 받고 의료진의 복약 지침을 따라야 한다.
약만큼 눈여겨봐야 할 것이 식습관이다. 당뇨병 진단 이후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 평소 먹던 간식을 무설탕 제품으로 바꿨다면 제품의 성분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설탕 사탕이나 껌 등에 사용되는 소르비톨·자일리톨·말티톨 같은 당알코올은 많이 섭취하면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장에서 충분히 흡수되지 않은 성분이 수분을 끌어들여 변을 묽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설탕’이라는 표시만 보고 안심하기보다는 어떤 감미료가 들어 있는지, 얼마나 섭취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당알코올이 함유된 제품을 자주 먹었다면 섭취량을 줄인 뒤 설사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설사의 원인을 당뇨병 치료제나 간식으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설사의 원인은 당뇨병 환자에게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다. 감염성 장염과 과민성장증후군, 염증성장질환뿐 아니라 특정 음식에 대한 불내성이나 소화·흡수장애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담즙산에 의한 설사나 췌장질환, 소장세균과증식, 갑상선기능항진증 등도 감별해야 할 질환이다. 과거 담낭절제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 치료제 이외에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하제의 과도한 사용, 잦은 음주 등도 설사를 일으키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은 환자라면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도 원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 장의 움직임 등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심한 복통이 없는데도 묽은 변이 반복되거나 밤에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거나 변을 참지 못해 새는 변실금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원인을 먼저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에게 설사가 발생했다면 자율신경병증보다는 약제 부작용이나 흔한 위장관질환 등을 우선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사가 계속돼 병원을 찾는다면 진료 전 증상을 정리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설사가 시작된 날짜와 하루에 몇 차례 발생하는지, 밤에도 증상이 나타나는지 등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최근 먹은 음식과 새롭게 복용하거나 용량을 변경한 약, 최근 여행 여부 등도 의료진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체중이 줄었는지, 혈변이나 발열, 복통 등이 동반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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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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