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드 인터뷰/‘백룸스’ 케인 파슨스 감독
▶ 유튜버 출신 A24 최연소 감독으로
▶ 밈(Meme)에서 4억 달러 신화 주역
▶ 저예산 인디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
▶ 매체 경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실험

인터넷 밈에서 출발해 4억 달러 흥행 신화를 쓴 영화 ‘백룸스’의 케인 파인스 감독. [A24 제공]

‘백룸스’는 아날로그 질감과 디지털 상상력을 결합해 단순한 공포를 넘어 인간의 기억과 공간을 탐구하는 새로운 SF적 지평을 열었다. [A24 제공]
지난 25일 HBO 맥스에서 스트리밍 공개된 영화 ‘백룸스’(Backrooms)는 20세 유튜버 출신 케인 파인스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도시전설 ‘리미널 스페이스’(경계 공간) 밈에서 출발해 유튜브에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단편으로 큰 호응을 얻은 그이다. 이번에는 기억과 상실, 공간이 남기는 실존적 흔적을 탐구하는 90분짜리 장편으로 외연을 넓혔다. A24가 제작비 1,000만 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글로벌 박스오피스 4억 달러를 돌파하며 저예산 SF·호러의 판도를 다시 썼다. 케인 파인스는 이 작품에서 감독뿐만 아니라 공동 작곡가로 참여하며 특유의 음산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노스탤지어를 음악으로 정교하게 구현해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리미널 스페이스는 본질적으로 모호함과 맞닿아 있다. 모호함을 선호하는 창작관은 본래 성향인가.
▲언제나 모호함 쪽으로 기우는 편이다. 내 창작의 가장 큰 동력은 우리가 실제로 발붙이고 사는 세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삶에는 마지막에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정리해주는 요약본이 없으며, 그런 열린 결말이야말로 살아있다는 것의 본질이다. ‘백룸스’처럼 대담한 공상과학적 설정을 다룰 때 관객에게 명확한 답을 쥐여주는 것은 오히려 작품을 납작하게 만든다. 확정적인 답보다는 충분히 조사된 강력한 ‘추측’을 지향한다.
- 유튜브 단편에서 극장용 장편으로의 전환은 제약이었나, 미학을 바꿀 기회였나.
▲일종의 트레이드오프였지만 ‘제약’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다. 유튜브 시리즈는 수수께끼 같은 세계관 자체를 사랑하는 팬층이 있는 반면, 90분 안팎의 장편에서는 개별 인물들과 하나의 감정적 축에 집중하는 편이 잘 맞아떨어졌다. 유튜브와 달리 극장 러닝타임 안에서는 관객의 집중력을 좀 더 의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상상하던 공간을 실제 세트로 지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여러모로 격상된 작업이었다.
- 유튜브 시절 경험 중 배우 연출과 서사 전개에 영향을 준 것은.
▲‘현실감’을 합성해내는 작업을 정말 좋아한다. 어떤 장면이 너무 기이하거나 구체적일 때, 오히려 실제 어딘가에서 끌어온 것처럼 읽히는 경우가 있다. 모두에게 보편적이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디테일에 무게를 싣는 것을 좋아한다. ‘백룸스’는 건축적 상상력이 중심에 있고, 자기가 머물렀던 공간과 말로 설명하기 힘든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에게 특히 와닿은 영화다. 40년 동안 떠올린 적 없던 어린 시절 방 같은 기억들 말이다.
- A24 역사상 최연소 감독이 됐다. 꿈이 현실이 됐음을 실감한 순간이 있었나.
▲작은 버전으로 여러 번 있었다. 2022년 1월 프로젝트가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을 때 이미 꿈만 같은 순간을 경험했다. 사람은 자기가 처한 위치에 금방 적응하기 마련이어서 늘 비슷한 정도의 설렘을 느끼게 된다. 할리웃의 주목도 설레지만, 결국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매일매일의 작업 자체이길 바란다. 정말로 통제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의 작업뿐이라 거기에 집중하려 한다.
- Z세대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있어 기성 영화인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보나.
▲대부분 직관에 가깝다. 인터넷과 함께 자라며 뇌에 은연중 새겨진 미묘한 편향 같은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무언가를 보면 습관적으로 댓글창을 확인하는 습성이, 어떤 작품이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반향실 속에서 자란 젊은 세대의 뇌에는 일종의 홍보적 직감이 더 많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을 수 있다.
- 인물의 시점(POV)과 원근감을 집요하게 유지하며 연출했다.
▲철저히 예술적 지향이었다. 인물들보다 앞서가거나 그들이 보기 전에 공간을 먼저 보여주는 일은 지양했다. 인물들과 함께 그 공간을 통과해야만 관객이 자신도 그곳에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정확한 동선이 보이고 편집으로 방 세 개를 건너뛰는 일이 없어야 공간 배치에 대한 감각과 무게감이 생긴다. 각 방을 또 하나의 중요한 새 영역으로 다루는 미묘한 디테일이 유기적인 긴박감을 만든다.
- 넓은 관객층을 흡수하고 있다. 처음 구상할 때 어떤 관객을 염두에 뒀나.
▲특정 인구통계에는 눈을 감으려 애쓰는 편이다. 오히려 나 자신을 위해 만든 영화에 가깝다. 이 작품을 호러라는 틀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겁을 주거나 놀라게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사람과 외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질문하는 게 목표였다. 핵심 뼈대는 알 수 없고 신비로운 외피를 두른 하드 SF 논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공간은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에게 되돌아가거나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을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종의 타임머신 장치다.
-할리웃이 유튜버 출신 창작자들을 수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인터넷과 함께 자란 많은 젊은이가 유튜브를 자신의 프로젝트를 내놓는 창구로 쓰고 있다. 이들은 40년 전이었다면 다른 경로로 갔을 법한 창작자들이다. 다만 지금은 통로가 다르고 관객에게 곧장 빠르게 가닿는다. 그 덕분에 아이디어가 대중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실시간으로 시험해볼 수 있고, 제작사 입장에서도 무엇이 뜨고 있는지 더 쉽게 짚어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본질은 아이디어 싸움이며, 새로운 기술이 그 과정을 빠르게 만들었을 뿐이다.
- 이 영화는 기억, 상실, 트라우마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카타르시스가 되었나.
▲이 작품을 단순한 ‘트라우마 영화’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이 작품은 우리가 몸담은 문화적·사회적 추상 시스템 속 개별 구성원으로서 스스로에게 대는 변명들을 소화하는 방식이었다. 마크 더플라스가 연기한 인물을 포함해 마지막에는 모든 인물이 동일한 공허 주위를 맴돈다. 답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시도하고, 각자 그것과 화해하는 방식을 찾는다. 결국 우리가 몸담은 체계에 무엇을 유보하고 무엇을 내주는가에 대한 사유다.
- 대형 자본과 결합하며 새로 갖게 된 ‘멋진 장난감’이 있나.
▲자원이 있어 장면을 정교하게 촬영하고 실제 로케이션과 세트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스트레스를 많이 덜어준다. 하지만 나는 아주 작고 제한된 공간을 통해 광활한 상황을 그려내는 데 특별한 애착이 있다. 장비 자체보다는 강한 아이디어를 누구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가장 독특하다고 여기는 내 작품 중 하나는 예산이 전혀 들지 않은 채 유튜브에 올라가 있다. 자원이 많다고 저절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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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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