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멈춘 이 순간이 가장 영광스러운 트로피입니다.” 서부 아프리카의 소국 코트디부아르를 월드컵 본선에 두 번 연속 진출시킨 축구 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울림이 큰 말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인종차별과 종교 갈등으로 2002년 내전에 돌입했고 폭행과 학살이 난무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딴 날 드로그바는 라커룸 안에서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러분, 1주일만이라도 총칼을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 그의 절절한 호소는 정부군과 반군·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1주일간 총성이 멎었다. 국민들은 증오의 총부리를 거두고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간헐적 충돌이 있었지만 2007년 3월 정부와 반군은 평화 합의문에 서명했고 내전은 종식됐다.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 선수로 평가받는 드로그바는 국가대표의 ‘참된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지난주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가 22년 넘게 정든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는 마지막 경기를 치렀
헬레네는 오래도록 “아름다운 얼굴fair faced”로 불려왔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존재다. 정겨운 이의 미소나 어머니의 맑은 얼굴은 마음속 깊이 남는다. 그리고 신화와 예술은 늘상 아름다움의 표상을 만들어왔다.긴 세월 동안 여성미의 형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서구에서 미인의 형상은 상아빛 피부, 푸른 눈, 금발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요즈음 그 표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케냐 출신 배우를 헬레네로 캐스팅하고, 트랜스젠더 배우까지 시논으로 포함시키면서 영화 『오디세이아』는 예고편부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는 “올해 안에 역사적으로 정확한 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감독은 영화로 시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가 선택한 얼굴은 시대가 선택한 얼굴이기도 하다.오디세이아는 구전되다가 기원전 8세기 무렵에 문자로 정착한 서사시다. 헬레네의 용모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없다. 위 첫문장의 헬레네의 모습은 호메로스 원
처마 밑에 쪼그려소나기 긋는다들어와 노다 가라금칠갑을 하고 앉아 영감은얄궂게 눈웃음을 쳐 쌓지만안 본 척하기로 한다빗방울에 간들거리는 봉숭아 가는 모가지만 한사코 본다텃밭 고추를 솎다 말고종종걸음으로 쫓아와 빨래를 걷던옛적 사람 그이의 머릿수건을 생각한다부연 빗줄기 너머젊던 그이 ‘극락전’ - 김사인저런, 잘못 들으셨을 겁니다. ‘들어와 노다 가라’가 아니라, ‘나 좀 일으켜 달라’는 말씀이었을 겁니다. 먼지 쌓인 등줄기에 시원한 빗줄기 맞으며 걸어가 보고 싶었을 겁니다. 한결같은 손 모양으로 굳어버린 손가락을 풀어보고 싶었을 겁니다. 젖은 봉숭아를 쓸어보고 싶었을 겁니다. 텃밭 고추를 하나 따서 우적우적 씹어보고도 싶었을 겁니다. 봉안 이래 한 번도 풀지 못한 가부좌 다리는 얼마나 저렸겠습니까. 재물·건강·결혼·출산·입시 소원 듣느라 얼마나 귀가 먹먹했겠습니까? 겨우 자기 소원 한마디 했는데 알아들을 만한 분이 한사코 안 본 척해서 얼마나 서운했겠습니까? [시인 반칠환]
냉전(Cold War)은 끝났나. 답은 예스다. 서반구(Western hemisphere), 라틴 아메리카의 이야기는 다르다.베를린 장벽 붕괴된 지 37년이 넘었다. 그러나 냉전은 계속 되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지역 곳곳에서 사회주의는 기승을 떨어 왔고 쿠바의 카스트로 체제가 계속 버텨왔다는 점에서.그 핑크 타이드의 파고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때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의 시점이다. 1999년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를 접수했다. 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들에 사회주의와 급진 좌파 성향의 정권이 연이어 들어섰다.좌파 전성시대 10여년. 경제 위기와 부패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핑크 타이드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룰라의 재집권 성공과 함께 브라질이 또 다시 좌경화되고 칠레, 콜롬비아 등도 좌향좌, ‘2차 핑크 타이드’가 이어졌다.트럼프 2,0시대 개막과 함께 라틴 아
5년전, 퇴직 후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첫번째가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야고보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순례길을 완주하면 인생 후반부를 더 보람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막연한 생각. 꽤 잘 걷는 편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실행은 계속 미루어졌다. 동행을 찾기 힘들었고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왔고, 세월이 지나 지금은 나의 무릎도 예전과 상당히 다르다. 거의 포기한 나의 버킷리스트 1번. 그 언저리를 찾아 갔던, 지난 유럽 여행중 가장 기대를 했던 하루.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레라(Santiago de Compostela)는 가톨릭의 세계 3대 성지 중 하나이다. 야고보 사도의 마지막 안식처로 알려진 곳. ‘별들의 들판’이라는 이름. 야고보 성인은 예수님의 12제자 중 요한, 베드로와 함께 가장 핵심 인물이었다. 예수님의 변모 사건 같은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 중 하나며, 예수님의 신성한 사명에 대해 심오한 영적 교감을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12제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