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어도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풍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야당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여당은 방어에 급급하다. 최근 개각에서도 장관 후보자 가운데 두 명이 임명에 이르지 못했다. 후보자 지명과 함께 의혹이 쏟아지고 여야 공방을 거쳐 임명 강행이나 낙마로 이어지는 장면은 어느 정부에서나 반복됐다. 이쯤 되면 지금과 같은 인사청문회가 과연 필요한지 회의가 든다.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일정한 절차 뒤 장관을 임명할 수 있고 다수당이 단독 채택한 보고서도 국민적 동의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본래의 검증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후보자가 해당 직위에 필요한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갖췄는지, 공적 권한을 사익을 위해 남용할 우려는 없는지 살피는 데 있다. 그러나 청문회의 무게 중심은 정책과 조직 운영 역량보다 후보자의 오래전 사생활과 가족·친지의 행적을 들추는 데 쏠리고 있다.
물론 모든 신상 검증을 사생활 침해로 치부할 수는 없다. 탈세와 병역, 투기성 부동산 거래, 갑질, 이해충돌과 거짓 해명은 후보자의 준법의식과 공적 권한을 행사할 태도를 가늠하게 하는 정당한 검증 대상이다. 그러나 직무와 무관한 가족의 삶이나 합법적인 사생활까지 끌어내는 것은 검증이라기보다 연좌제에 가깝다. 이런 공개 재판이 반복되는데 누가 선뜻 공직을 맡으려 하겠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고위 공무원뿐 아니라 높은 윤리적 덕목과 책임을 요구받는 공직자를 선발하면서 우리가 정작 이러한 자질을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해 왔느냐는 점이다. 법조인·교수·공무원 등 전문직의 선발 단계에서는 지식과 성취를 평가해 놓고 임용 뒤에는 해당 직업을 이유로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
선발 기준과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 사이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모호한 ‘인품 평가’는 이념과 계층, 사적 관계에 대한 편견을 채용 기준으로 만들 수 있다. 살펴야 할 것은 추상적인 인품이 아니라 공적 책임과 관련된 구체적 행위와 판단이다. 법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해 왔는지,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밝히고 충돌을 피하려 했는지,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았는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채용 순간이 아니라 해당 직업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자리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행위가 공적 책임과 양립할 수 없는지 알고 이해충돌을 관리하는 태도를 미리 익혀야 한다. 청문회 직전에 등장한 잣대로 수십 년 전의 삶을 재단하기보다 사전에 규칙을 알리고 지킬 기회를 주는 편이 공정하다. 그러려면 사회적으로 합의된 윤리 기준이 필요하다.
임용을 배제할 중대한 결격 사유와 임용 뒤 관리할 수 있는 문제, 직무와 무관해 검증에서 제외할 사생활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공공성이 높고 직업윤리가 중요한 직군에는 입직 단계부터 윤리 서약과 사례 중심 심사를 도입하고 재직 중에도 윤리 교육과 이해충돌 신고, 감사와 징계를 이어가야 한다. 윤리는 채용 때 한 번 확인하고 끝낼 요건이 아니라 직업 생애 전반에 걸쳐 지켜야 할 의무다.
인사청문회의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이해충돌은 독립적인 상설 기구가 사전에 검증하도록 하자. 민감한 개인정보는 비공개로 보호하되 검증 결과와 근거는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국회의 공개 청문회는 정책 비전과 전문성, 조직 운영 능력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청문보고서도 정쟁에 머물지 말고 평가 항목별 판단과 근거를 담아야 한다. 부적격 의견에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임명권자는 그 이유와 제기된 우려의 해소 방안을 설명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란 모두가 같은 도덕관을 갖는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잘못이 공직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지, 무엇은 바로잡을 수 있는지, 사생활을 어디까지 검증할 것인지 예측 가능한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인사청문회는 한 사람의 생애를 심판하는 법정이 아니라 공적 권한을 맡길 수 있는지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이어야 한다. 그 관문이 제대로 서려면 각 직업과 직위에 요구되는 직무 윤리가 채용이나 청문회에서 처음 마주하는 기준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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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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