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두 정상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이 조용히 협력한, 눈에 띄지만 다소 주목받지 못한 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전 세계는 지난 7월 발생한 허깅페이스 공격에 대해 알고 있다. 당시 오픈AI의 에이전트들이 미국의 대표적인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에 침입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 공격이 어떻게 마무리됐느냐는 점이다. 허깅페이스는 AI를 이용해 사건을 분석하고 대응하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국의 최첨단 프런티어 모델들은 도움을 주기를 거부했다. 이들 모델에 설정된 안전장치가 사이버 공격을 조사하는 행위와 실제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행위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깅페이스는 중국의 모델로 눈을 돌렸다. 중국 Z.ai가 개발한 GLM-5.2였다. 이 모델은 조사관들이 이번 공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미국의 AI가 미국의 기술기업에 침입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 기업은 결국 중국의 AI를 사용했다.
또는 유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 보자. 미국은 세계 주요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이란과 전쟁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경우 유가가 더욱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고, 많은 이들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일까? 가장 큰 단일 요인은 아마도 중국이 자국의 사정에 따라 하루 원유 수입량을 무려 약 400만 배럴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미국의 개스값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조슈아 쿠퍼 라모는 훌륭한 신간 ‘다윈의 자물쇠’에서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순전히 경쟁적이고 제로섬적인 논리만으로 이타주의나 자기희생과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한다. 다윈은 가혹한 환경에서 종들이 친절해서가 아니라 상호 지원이 적응도를 높이는 유일하게 실현 가능한 길이기 때문에 종종 협력적 관계 속에 서로 ‘맞물려’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미중 관계 역시 이와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 40년 동안 동일한 경제·기술 생태계 안에서 함께 성장해왔다. 공급망과 자본, 연구, 제조, 시장이 서로 얽히게 됐다. 이는 미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그리고 베이징의 일부에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새로운 냉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 미국과 소련은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문화적으로 대부분 서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은 깊숙이 얽혀 있으며,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양국 모두는 물론 세계 경제까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의약품을 예로 들어보자. 비영리기관인 미국약전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승인된 의약품에 사용되는 핵심 출발물질의 약 41%가 중국에서만 단독 공급된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중국 의존도는 특히 항생제와 스타틴, 항우울제, 혈압약의 원료에서 높다. 연방 식품의약국(FD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의약품의 핵심 성분을 공급하는 제조업체 가운데 미국 내 업체는 약 9%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22%, 인도는 44%였다. 결국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들으면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 끝없는 투쟁의 장으로 자연을 상상한다. 그러나 진화에서 말하는 적응도는 사실 변화하는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연에는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화와 공생, 협력 역시 가득하다.
라모는 이러한 통찰을 국제관계에 적용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치열한 기술 경쟁과 군사적 대립, 정치적 불신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그는 두 나라가 동일한 체제 안에서 너무나 긴밀하게 함께 진화해왔기 때문에 한쪽이 다른 쪽을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점점 더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냉엄한 두 가지 선택지는 ‘공진화’ 아니면 ‘공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명백한 반론이 있다. 상호의존성은 무기화될 수 있다. 미국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를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면 미국은 이를 우려해야 한다. 중국 역시 자국의 AI 혁명을 뒷받침하는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서 특정한 의존 관계를 줄이는 것과 세계 양대 경제대국을 광범위하게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무기화된 상호의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관리된 상호의존’일지도 모른다. 이 개념은 두 가지 환상을 동시에 포기한다. 하나는 무역이 늘어나면 자동으로 평화가 찾아온다는 과거의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안보를 위해 경쟁국과의 모든 연결을 끊어야 한다는 새로운 생각이다.
그 대신 서로의 연결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의존성이 용납할 수 없는 취약성을 만들어내는 분야에서는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대안을 구축해야 한다. 심각한 안보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적 관계라면 단지 강경함을 과시하기 위해 이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두 나라가 여전히 깊숙이 연결돼 있는 분야에서는 한 영역에서 발생한 갈등이 양국 관계 전체로 연쇄적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세계화에 대해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무역이 지정학을 없애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와 정반대의 실수를 저지를 위험에 처해 있다. 지정학이 세계적이고 깊이 상호 연결된 경제의 현실을 그저 지워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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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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