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동에서 작은 지정학적 지진이 일어났다. 지난 10년의 상당 기간 서로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가 상대국을 방어하기 위해 전쟁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두 나라는 파키스탄과 함께 ‘메카 공동방위협정’에 서명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식으로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모든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랫동안 긴밀한 안보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는 카타르,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문제를 놓고 충돌해온 치열한 지역 경쟁국이었다. 특히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은 폭발적으로 악화됐다. 당시 튀르키예 지도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이 사건의 책임이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에게 직접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와 그의 말에 대한 두 나라의 신뢰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은 신뢰를 어떻게 탕진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교과서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모두 불과 지난해 트럼프로부터 안보 보장을 약속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그러나 해외 정상들에게 트럼프의 말이 갖는 신뢰도는 뉴욕에서 은행들을 상대할 때 그의 말이 가졌던 신뢰도만큼이나 허약하다.
트럼프는 테헤란과의 합의가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고 거듭 선언했다. 6월 중순까지 한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가 합의가 임박했다거나 이란이 합의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고 말한 경우가 최소 38차례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주 이란의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협상이 “전혀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제 세계는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리는 발표를 그가 게시하는 일부 AI 생성 영상처럼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터득했다.
트럼프는 이번 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하루 동안 이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불과 14척이었다. 전쟁 전에는 하루 130척 이상이 통과했다. 이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스타일이나 수사법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힘의 핵심과 직결되는 문제다.
지난 80년 동안 미국은 항공모함과 F-35 전투기 편대만큼이나 강력한 또 하나의 자산을 구축해왔다. 바로 신뢰성이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약속이 한 행정부에서 다음 행정부로 넘어가더라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적대국들은 미국의 위협이 때때로 과장되기는 해도 실질적인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체제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워싱턴은 약속을 어기기도 했고 실수도 저질렀다. 그러나 미국은 예측 가능한 행위자이며 미국 대통령의 말에는 의미가 있다는 폭넓은 믿음이 존재했다.
트럼프는 약속과 위협을 마치 거대한 허세 게임을 벌이는 것처럼 다룬다. 그러나 동맹 관계에서의 예측 불가능성은 부동산 협상에서의 예측 불가능성과 전혀 다른 문제다. 동맹국들이 미군이 올지 떠날지, 관세가 오를지 내릴지, 오늘 체결한 합의가 내일까지 유지될지를 알 수 없다면, 그들이 미국에 더 고분고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독립적으로 변한다.
각국은 일종의 보험을 마련하고 있다. 덴마크는 미국의 패트리엇 대신 프랑스·이탈리아가 개발한 SAMP/T 방공 시스템을 선택했다. 캐나다는 F-35 구매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자체 방위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의 NATO 회원국들에 대한 두 번째로 큰 무기 판매국으로 부상했으며, 패트리엇보다 저렴한 시스템을 통해 걸프 지역의 방공망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럽 업체로 이전했다. 그리고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은 자신들만의 안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어느 하나만 놓고 본다면 워싱턴과의 결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을 종합하면 미국의 약속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깊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위협에 대해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이 관세를 위협해 양보를 얻어낸 뒤 다시 관세를 위협한다면, 각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올해 초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말을 바꿔 표현하자면, 각국이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면 안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대응은 대안을 구축하는 것이다.
심지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조차 트럼프의 제안을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번 주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에 대한 15개항 계획을 퉁명스럽고 단호하게 일축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계획들이 대대적인 팡파르와 함께 발표됐다가 곧바로 잊히는 것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가자 리비에라’ 계획을 기억하는가?
강대국은 이런 식으로 쇠퇴한다. 반드시 어떤 극적인 패배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조용히 그 강대국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구성하는 일을 중단하면서 쇠퇴한다. 미국은 여전히 엄청난 힘을 가진 나라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최첨단 기술, 거대한 자본시장,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와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신뢰성 역시 하나의 자산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고통스럽고 세심하게 축적된 자산이며, 놀라울 정도로 쉽게 써버리고 탕진할 수 있는 자산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서 소련의 핵미사일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딘 애치슨 전 국무장관을 파리로 보내 샤를 드골에게 상황을 브리핑하도록 했다. 애치슨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정찰사진을 가져갔다. 결코 미국에 고분고분한 인물이 아니었던 드골은 그 사진들을 볼 필요가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는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말이면 충분했다. 오늘날에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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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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