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뉴노멀’에도 낙폭 작은 증시
▶ 미 10년물 19년 만에 최고치 기록
▶ AI투자·기업이익 증가가 충격 상쇄
▶ “6% 후반까지는 증시 충격 제한적”
▶ 빅테크 뺀 종목은 고점서 16% 하락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까지 겹치면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에도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당초 ‘위험선’으로 여겨졌던 5%를 넘어선 뒤에도 주식시장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 성장 기대감이 고금리 충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긍정론과 AI 쏠림이 균열을 가린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27%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도 4.96%로 28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고 30년물은 5.55%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 매도세는 주요국 채권시장으로 번져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44%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수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하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월 중순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해 낙폭이 약 1.5%에 그친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받던 10년물 금리가 5%를 훌쩍 넘어섰지만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나 위험자산 투매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그 이유로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를 꼽고 있다. 탄탄한 경제성장이 시장금리를 밀어올리는 동시에 고금리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버팀목 역할도 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실제 최근 금리 상승의 상당 부분은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경제성장이 반영된 실질금리 상승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미 5년물 명목 국채금리는 72bp(bp=0.01%포인트) 올랐는데 이 가운데 실질금리 상승분은 66bp에 달했다.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의 차이로 산출되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폭은 6bp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된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국채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해석과 다소 거리가 있는 데이터다. 악시오스는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57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무는 데다 AI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강한 경제가 실질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기업들의 이익 전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가 팩트셋과 S&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4일 기준 S&P500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30%를 넘어섰다. 연초 15% 안팎에 불과했던 전망치가 불과 수개월 사이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AI 관련 투자가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AI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기 때문에 5%대 금리가 증시를 무너뜨릴 임계점은 아니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7%에 근접해야 주식 투자자들이 돌아서면서 증시에 의미 있는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7%대를 기록한 것은 1996년 7월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AI 관련 빅테크의 상승세가 시장 전체가 견조하다는 착각을 부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500지수 구성 종목의 52주 고점 대비 하락률 중앙값은 16%로 2000년대 버블 시대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보다 단지 1% 낮지만 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절반이 52주 최고가에서 16% 이상 하락했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AI 대형주들이 지수를 떠받치면서 나머지 종목에서 진행된 조정이 가려지고 있는 것이다.
채권금리가 오를수록 주식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악순환도 문제다. S&P500의 이익수익률은 약 5.3%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9배의 역수로 산출한 것인데 5.2%대로 올라선 미 10년물 국채금리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선행 PER 자체도 1년 만에 23배에서 하락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주식과 무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미 국채의 금리 차가 크게 좁혀졌다는 점에서 주식의 매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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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완기·조양준·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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