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여전히 따갑다. 그런데 어느 덧 추분(秋分)도 지나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 한다‘는 한로(寒露)가 눈앞이다.
동유럽의 가을은 특히 짧다. 벌써부터 들려오는 겨울 소식. 이와 함께 두려움이 유럽을 엄습하고 있다.
수개월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다. 런던에서 파리, 베를린, 바르샤바에 이르기까지 유럽전역이 그 전쟁 이야기로 파다하다는 소식이다.
‘러시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회원국 공격이 과연 이루어질까’-. 유럽 각국의 수도, 심지어 펜타곤의 분위기도 ‘아마도 수주, 혹은 수개월 내에 그럴 것’이란 답을 던져주고 있다는 게 샌드박스 뉴스의 보도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150만의 사상자를 냈다. 그 러시아는 나토를 전면 공격할 능력이 없고 그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나토에 대한 제한된 공격을 마지막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잇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러시아군이 수천대의 전차를 앞세우고 유럽으로 쳐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다. ‘제한적 도발’에다가 유럽 곳곳에서 고강도 하이브리드 전쟁(회색지대 전쟁) 가능성이 날로 더욱 높아져 가고 있다는 거다.
그 가능성을 예고했다고 할까 하는 것이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폭발물 탑재 드론 사건이다. 이 공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 물자가 모이는 중요 허브 역할을 해왔다.
사건 당시 공항 카메라에는 드론이 우크라이나 국적 화물기 날개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고, 같은 공항에 착륙하려던 DHL 화물기 역시 다른 비행물체와 충돌해 꼬리가 파손됐다. 독일 당국은 조사 끝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이후 유럽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를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 및 명백한 적대 행위로 규정하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 등도 러시아를 겨냥한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뒤따른 것이 월 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 포린 폴리시 등 주요 서방 매체들의 유럽에서 북극지역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쟁 확산 경고 보도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나토의 결속을 시험하려는 제한적 군사도발·사보타주·사이버공격의 위험이 현실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각종 정보 보고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토회원국을 타깃으로 한 제한된 공격 가능성이 특히 크다는 것이 서방정보당국자들의 진단으로 표적 후보로는 발트 3국과 폴란드 등이 거론 되고 있다.
체코 비밀정보국(BIS)에 따르면 이들 나라에 대한 소규모 침공, 위장술책 작전(False-flag operatIon), 혹은 중요 인프라를 겨냥한 장거리 타격, 또는 사이버 사보타주를 감행할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다는 것.
푸틴은 무슨 의도로 이 같은 대대적 도발을 획책하고 있나.
전쟁연구소(ISW)보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수년 동안의 길고 긴 돈바스지역 공략에서 고작 147.7 평방미터의 부동산을 획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대가로 31만4천530명의 사상자를 냈다. 무엇을 말하나. 푸틴은 코너에 몰렸다는 거다.
한 마디로 돈바스전선을 돌파해 키이우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애기다. 우회로를 찾아 어떻게든 승리를 거머쥐어야 한다. 그 절박한 심정에서 발트 3국 등을 타깃으로 한 고강도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는 게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그 우선의 목표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제 2의 전선을 열어 유럽과 미국의 지원역량을 우크라이나 외에 발트 해와 동유럽 방어 쪽으로 분산시키는 거다. 거기에다가 나토 제5조(집단방위 원칙)의 결속력을 테스트하는 게 또 다른 목적으로 ‘나토가 작은 도발에도 공동대응을 할 것인가’하는 회의론을 유발하려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말하자면 러시아군이 강해져서가 아니다. 약함의 반영이 하이브리드 전쟁강화로, 도박에 가까운 푸틴의 도발은 나토의 강력 대응이나 오판과 맞물릴 경우 국지전이 우발적 전면전으로 번질 꼬리 위험(Tail risk)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운율을 맞춘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rhymes)고 하던가.’
수에즈운하 사태, 금문 마조도 포격사건. 폴란드, 헝가리 사태. 중동, 대만해협, 동유럽 세 곳에서 동시적 위기가 발생했다. 그 1956년의 상황과 걸프지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이란전쟁, 또 다시 고조되고 있는 대만해협위기, 그리고 나토와 Crinks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 이 오늘날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스펙테이더지가 던진 화두다.
70년 전의 위기는 그런대로 수습이 됐다. 2026년의 위기는 그러면. 자칫 3차 대전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닐지…. 말꼬리를 흐리며 던진 지적이다.
‘겨울은 정녕 오고 있는 것인가(Winter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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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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