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 테러 공격으로 1,200여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납치됐다.
이 10·7 테러사태는 가자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전선은 헤즈볼라와의 전쟁으로 확산,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또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동맹은 승리를 거두고 있나. 하마스 테러사태 발생 3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다시 던져지는 질문이다. 그동안 매일 같이 전해져 온 것은 이스라엘 패배의 뉴스다. 온 라인 세계는 이슬람이스트의 승리로 도배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맞는 이야기일까. ‘실제 전쟁은 이스라엘과 동맹국의 승리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PR전쟁에서는 패배했다.’ 프리 프레스지의 지적이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인종청소를 서슴지 않는 ‘악의 체제’로 각인됐고 반유대주의는 날로 기승을 떨고 있다는 것.
이야기의 범위를 좁히자. 8개월째로 접어든 미국과 이란의 전쟁. 그 계산서는 어떻게 나오고 있나. CNN, 뉴욕타임스 등 레거시 미디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의 패배는 예정된 수순인 것으로 보인다.
그 레거시 미디어들이 그런데 최근 들어 종전과 거의 180도 다른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예기치 못 했던 상황변화에 놀라서인가.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일부 미디어들이 마치 갑작스럽게 대오각성이나 한 듯 전황을 달리 보도하고 있는 사실을 새삼스레 지적하고 나섰다.
‘유조선들이 또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하루 평균 13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미 해군의 불멸의 노력 결과 세계의 핵심 요충수역에 대한 이란의 지배력을 무너뜨린 것이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보도다.
이 신문뿐이 아니다. CNN, CNBC 등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수송량이 전쟁 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면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장악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고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해운 에너지 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하루 원유수송량은 1350여만 배럴에 이르고 이라크 발 드론 공격으로 파손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복구와 함께 공급이 재개되면서 중동산 원유 공급 총량은 하루 평균 2050여만 배럴에 이르러 2025년 수준의 89%선에 이르렀다는 것.
이와 대조적으로 이란은 미국의 철통봉쇄작전에 막혀 단 한 척의 유조선도 띄우지 못하면서 회교공화국 체제의 돈줄은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은 변환을 불러왔나. 트럼프 행정부의 세 가지 전략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징후로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는 분석한다. 이란 항구 전면봉쇄, 대 이란 전면 경제 고립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 미 중부사령부의 호르무즈 해협 수로 에스코트 작전. 이 셋의 합이 맞아 떨어졌다고 할까.
이 세 가지 전략 중 이란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전면해상봉쇄전략이다.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수출로 전쟁자금을 마련했던 이란 회교혁명수비대(IRGC)는 수출 길이 막히면서 제로에 가까운 석유재정으로 허덕이고 있다는 것.
이에 못지않게 효력을 내고 있는 것은 미 중부사령부의 호르무즈 해협 수로 에스코트 작전이란 평가다. 이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장악’이라는 이란의 레버리지(Leverage)는 급격히 약화됐다.
종전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 해제 카드를 꺼내든다. 중부사령부의 유조선 에스코트작전이 성공으로 수행되면서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자유항해 수로가 됐고 결과적으로 그 카드는 효용을 다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전면 경제 고립작전’이 본격 펼쳐지면서 이란의 경제는 날로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 이란 리알화와 미 달러화의 환율이 전쟁 전의 170만 대 1에서 250만 대 1로 급락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란 회교공화국은 회교 시아파 근본주의 광신자들이 떠받치고 있는 체제다. 그런 면에서 고통을 잘 견디는 편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한계점이란 게 있다. 현재의 상황은 바로 그 한계점 직전의 상황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일각에서의 진단이다.
IRGC의 이란체제는 그러면 이 정황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까. 굴욕을 감수하면서 종전협상에 임할까. 아니면….
‘계속 싸우고 또 상황에 따라서는 확전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 만 명의 자국민 시위대를 학살했다. 국민이 굶어 죽고, 이란 사회 자체가 붕괴되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런 체제의 속성상.’ 군사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진단이다.
단말마적인 그런 저항은 이미 시작된 게 아닐까. 이스라엘 행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테러 미수사건,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영국 공군 페어퍼드 기지 인근 폭탄 공격 모의 정황 등 이란이 그 배후로 보이는 테러 범죄가 속속 보도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게 호루무즈 해협 상황변화와 함께 내려지고 있는 이란 전쟁에 대한 총체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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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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