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공사부터 280건 행정명령까지 겨냥… “국가 재건 수준”
▶ WP “’포스트 워터게이트’ 방불할 대개혁…민주 압승 전제돼야”
11월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정치권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입법 준비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이 연방의회 상·하원을 탈환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바꿔놓은 미국의 모습을 되돌리겠다는 움직임인데, 사실상 국가 대개조를 방불할 지난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전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앞다퉈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국방, 정부 지출, 이민, 사법, 개인사 등의 분야에서 벌여놓은 일을 무효로 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취지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반(反)트럼프 정서'에 호소하려는 성격도 있다.
수잔 델베네(워싱턴)·돈 베이어(버지니아)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이민자 추방, 주방위군 배치 등에 12차례 사용한 비상사태 선포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 하원의원은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외국 정부에서 금전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백악관 개·보수에 공개적인 검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카타르 왕실 에어포스원' 수수와 백악관 대형 연회장 건설을 겨냥한 법안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와 금전적 합의를 체결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도 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납세 기록 유출에 책임을 지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낸 100억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약 18억달러에 달하는 '사법 피해자 기금'을 추진했던 일과 관련된 법안이다.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행정부가 개인 또는 단체의 발언을 이유로 기소·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적(政敵) 금지법'을 발의했다.
팸 본디와 토드 블랜치 장관으로 이어진 법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부 무기화'에 문제의식을 가진 변호사들이 퇴임하거나 해고됐으며, 이들이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회복할 방안을 초당적으로 논의 중이다.
정부 개혁을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 '공공서비스를 위한 파트너십'(PPS)에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의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고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이 제안됐다.
래스킨 의원은 WP에 "트럼프의 대통령 권력 사용은 되돌릴 수 있고, 또 반드시 되돌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 앞에는 엄청난 재건 과제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에서 이같은 대개혁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졌던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의회에선 대통령의 개인정보 오용, 국민 감시, 선거자금 전용, 비상사태 선포 등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대거 통과됐다.
WP는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이후의 미국도 이와 비슷한 개혁 열풍에 휩싸일 것으로 내다본다"며 "트럼프의 자기 과시와 사익 추구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의 혐오 속에서 의원들이 점수를 얻기 위해 앞다퉈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의 민주당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와 같은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당시 민주당은 상원에서 61석 대 39석으로, 하원에서 291석 대 144석으로 기록적인 압승을 거뒀다.
또 일부 학자들은 이번 행정부에서 나타난 현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도와 공격성, 전통과 관례를 따르지 않는 그의 개인적 성향에서 기인한 만큼 공화당이 재집권하더라도 J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2세'처럼 행세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봤다.
정치의 양극화 경향 속에 트럼프 이후의 대통령들도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명령 통치'에 의존하려 할 유인이 작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 역대 대통령들보다 훨씬 많은 280건 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근본적으로는 동서를 막론하고 현대 정치에서 갈수록 비대해지는 대통령의 권한을 억제하고 '공익에 헌신하는' 지도자를 확립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맥스 스티어 PPS 회장은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선 미국인의 78%가 대통령 권력 확대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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