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미국 청년층의 직업 선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마케팅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기존 인기 화이트칼라 직군을 떠나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직이나 사람과 직접 교감해야 하는 직업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생과 젊은 직장인들이 자동차 정비와 전기기술, 교육 등 비교적 AI 대체 가능성이 낮은 분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학교나 직업훈련기관을 찾고 있다.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키온 데이비스 씨도 이 같은 사례 중 하나다.
그는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소비자 조사와 홍보 이메일 작성 등 자신이 맡았던 업무가 AI를 통해 자동화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손쉽게 자신이 대체될 수 있음을 깨달은 그는 졸업을 앞두고 교직 프로그램인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에 지원했다.
현재 뉴욕시 한 차터스쿨에서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이비스 씨는 “학생들과 신뢰를 쌓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AI가 결코 자동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던 케빈 브러프 씨도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물류 및 상업보험 회사에서 근무하다 2024년 해고된 브러프 씨는 AI의 코딩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모습을 본 뒤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직업훈련학교인 로즈데일 테크놀로지 칼리지 자동차 정비 프로그램에 입학했다.
브러프 씨는 “손을 좁은 공간에 넣어 느낌만으로 부품을 조이는 정비 업무는 적어도 향후 20년 동안 로봇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객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개발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일하는 22~25세 청년의 고용률은 간호조무사와 정비공 등 AI 노출도가 낮은 직군보다 19% 감소했다.
반대로 사람과 직접 대면하거나 현장에서 숙련 기술을 활용하는 직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늘고 있다. ‘티치 포 아메리카’ 등록자는 2022년과 비교해 2025년 43% 증가했다. 교사 훈련기관인 ‘티처스 오브 투모로우’도 올해 지원자가 전년 대비 30% 늘었다.
24세 이하 정부 등록 도제 프로그램 참여자 역시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20% 증가했다. 피츠버그에 있는 로즈데일 테크놀로지 칼리지는 최근 2년간 입학생이 50% 늘었고, 입학 관련 문의 전화도 8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숙련 노동자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과도 맞물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시설 건설, 주택 공급 확대 등으로 현장 인력 수요가 커지는 데다 베이비부머 세대 기술직 노동자들의 은퇴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현장 기술직 홍보단체들은 이런 직업을 ‘AI로부터 안전한 억대 연봉 직업(AI-proof six-figure jobs)’이라고 내세우며 청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물론 AI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종으로 옮기는 데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33세 미건 아세베도 씨는 인적자원관리(HR)를 전공해 유통업계에서 일하다 자동화의 여파로 해고된 뒤 전기기술자 도제 과정에 들어갔다.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75파운드(약 34㎏)에 달하는 전선 타래를 들어 올리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육체노동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아세베도 씨는 “20년 뒤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이 정도의 육체적 부담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AI로 인한 직업 변화가 현실화하면서 미국 노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위한 재교육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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