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몸에는 여러 변화가 생긴다. 눈이 침침해지고, 근육이 줄어들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상처도 젊었을 때보다 천천히 낫는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노화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한번 늙은 몸을 다시 젊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의학계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몸의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들 수는 없을까?”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이제 이 질문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를 이끄는 사람 중 한 명이 하버드 의대의 노화 연구자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신클레어 박사다. 신클레어 박사가 공동 창업한 회사인 Life Biosciences는 최근 ER-100이라는 치료제를 개발해 사람을 대상으로 첫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연구 대상은 녹내장 등을 포함해 시신경이 손상된 환자들이다. 그렇다면 ER-100은 무엇을 하는 치료제일까? 쉽게 말하면 나이 든 세포가 젊었을 때의 작동 방법을 다시 기억하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이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DNA라는 설계도가 들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나이가 들어도 이 설계도 자체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가 이 설계도를 읽고 사용하는 방법이 점점 흐트러진다. 오래 사용한 컴퓨터가 느려지고 오류가 많아지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신클레어 박사의 연구팀은 여기서 중요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세포 안에는 젊었을 때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남아 있으며, 특정한 신호를 주면 그 정보를 다시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초기 상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리셋’과 비슷한 개념이다. ER-100은 바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다.
그렇다고 70세의 세포를 아기의 세포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세포가 자신이 무엇인지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조금 더 젊었을 때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눈의 신경세포라면 여전히 눈의 신경세포로 남아 있으면서, 나이가 들거나 손상되면서 잃어버렸던 기능을 일부 되찾게 하는 것이다.
동물실험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손상된 시신경의 기능이 회복되는 현상이 관찰됐고, 이후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시각 기능이 좋아질 가능성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연구진은 같은 원리가 사람에게서도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첫 번째 대상은 눈이다. 눈은 이런 연구를 시작하기에 비교적 좋은 장기다. 한쪽 눈에 치료를 하고 변화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으며, 시력이나 시신경의 상태도 여러 검사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에서는 소수의 시신경 질환 환자에게 ER-100을 투여하고 안전성과 시력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노화를 되돌리는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는 첫 단계의 임상시험이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 치료가 사람에게 안전한가 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연구진은 치료받은 사람의 시력이나 시신경 기능이 실제로 좋아지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앞으로 초기 연구 결과가 공개되기 시작하면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간단하다. 부작용 없이 안전했는가, 그리고 손상된 눈의 기능이 조금이라도 좋아졌는가 하는 두 가지다.
만약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고 실제로 시력이나 시신경 기능이 좋아지는 환자가 나타난다면 그 의미는 상당히 클 수 있다. 단순히 새로운 눈 치료제가 하나 개발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기능을 잃어버린 인간의 세포가 다시 젊었을 때의 기능을 일부 되찾을 수 있다는 첫 번째 단서가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눈을 넘어가게 된다. 근육은 어떨까? 뇌의 신경세포는 어떨까? 심장이나 간은 어떨까?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다른 장기의 세포도 비슷한 방법으로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길은 아직 멀다. 몇 명의 환자에게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하고, 효과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안전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세포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치료인 만큼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없는지도 매우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ER-100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의학은 주로 노화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하나씩 치료해 왔다. 혈압이 올라가면 혈압을 낮추고, 뼈가 약해지면 뼈를 보호하고, 시신경이 손상되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치료했다.
하지만 ER-100이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노화로 약해진 세포 자체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아직 그 답은 모른다. 앞으로 나올 연구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이러한 질문을 실제로 시험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노화 연구에서는 중요한 변화다.
인류는 오랫동안 젊음을 되찾는 방법을 꿈꿔왔다. 과거에는 그것이 불로초를 찾는 이야기였다면, 오늘날 과학자들은 현미경 아래에서 세포가 늙는 이유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세포의 시계를 조금이라도 뒤로 돌릴 수 있는지를 사람에게서 시험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ER-100 연구에서 우리가 기다려야 할 소식은 “불로장생의 약이 나왔다”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든 인간의 세포도 다시 젊었을 때의 기능을 일부 되찾을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다. 만약 그 답이 ‘그렇다’라면, 우리가 노화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임영빈 박사, 케이데이 페이스 주치의
(213)757-2080
303 S. Union Ave, LA, CA 90057
<
임영빈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