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전 세계 성인 4명 중 1명이 앓는 ‘침묵의 살인자’다. 수십 년간 ACE 억제제, ARB, 칼슘채널차단제, 이뇨제가 고혈압 치료의 네 기둥으로 군림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고착된 판도를 뒤흔들 신약이 등장했다. Baxdrostat이다.
고혈압 치료제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약이 나온 것은 실로 20년 만의 일이다. 기존 약제로 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 환자가 전체 고혈압 환자의 10~1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약의 등장이 갖는 임상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Baxdrostat은 특히 세 부류의 환자에게 주목받고 있다. 첫째, 기존 약제를 3종 이상 병용해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난치성 고혈압 환자다. 둘째, 알도스테론 과다 분비가 원인인 원발성 알도스테론증 환자다. 셋째, 만성 콩팥병이나 심부전을 동반해 기존 약의 선택이 제한된 환자군이다. 임상시험에서 이 약은 기존 치료에 추가했을 때 수축기 혈압을 평균 11~20mmHg 추가로 낮추는 성과를 보였다.
Baxdrostat은 부신에서 알도스테론 합성을 담당하는 효소(CYP11B2)를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알도스테론은 신장에서 나트륨과 수분 재흡수를 촉진해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이다. 기존 스피로노락톤 같은 알도스테론 길항제가 수용체를 막는 방식이라면, Baxdrostat은 아예 알도스테론의 생산 자체를 줄이는 접근이다. 이 새로운 표적 덕분에 기존 약이 듣지 않던 환자에서도 유의미한 혈압 강하 효과가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부작용은 고칼륨혈증이다. 알도스테론이 줄어들면 신장의 칼륨 배출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나 ACE 억제제·ARB를 함께 복용하는 경우 혈중 칼륨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또한 코르티솔 등 다른 부신 호르몬 합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지 장기 관찰이 필요하다. 임상시험에서는 저혈압, 두통, 피로감도 일부 보고됐다.
Baxdrostat의 등장은 분명 반갑다. 그러나 장기 심혈관 예후를 검증한 대규모 임상 데이터는 아직 쌓이는 중이다. 현 시점에서 이 약은 1차 선택제가 아니라,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위한 정밀 추가 옵션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의료진의 세심한 환자 선별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20년간 막혀 있던 고혈압 치료의 새 문이 열렸다. 이 문이 진정한 돌파구가 될지는 이제 임상 현장과 장기 데이터가 증명해 나갈 것이다.
임영빈 박사
케이데이 페이스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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