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이민 생활 속에 건강관리를 등한시해 온 시니어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운동은 대부분 ‘걷기 운동’이다. 비용이 들지 않고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으며,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계속 걸어야 하나, 쉬어야 하나” 고민하는 환자를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운동을 포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무릎을 보호하면서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시간 동안만 걷는 것이 좋다. 개인마다 무릎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는 환자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무조건 하루 1시간을 채우거나 몇천 보를 걸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면, 통증을 참고 계속 걷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히려 관절에 부담을 더 준다. 무릎 통증은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관절이 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관절염이 심한 사람도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통증이 거의 없지만, 관절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무리를 하면 관절이 붓기 시작하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따라서 운동 시간보다는 운동 빈도를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 한 번 1시간씩 걷던 것을 아침 식사 후 30분, 저녁 식사 후 30분으로 나누어 걷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총 운동량은 유지할 수 있고, 식후 혈당 조절에도 더욱 도움이 된다.
둘째,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먼저 단련한 뒤 걷기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은 걸을 때 무릎 관절에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하고 힘을 분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걷기만 반복하면 모든 부담이 무릎으로 집중될 수 있다. 허벅지 운동은 고무 밴드를 이용해 앉은 자세에서 무릎을 폈다 접는 동작을 하며 저항을 주면 효과적이다. 엉덩이 운동 역시 의자에 앉아 다리를 바깥쪽으로 벌리는 동작에 고무 밴드를 이용하면 대둔근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꼭 걷기 운동이 가장 기초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걷기를 잘하기 위한 준비 운동으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먼저 키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근력 운동을 몇 주만 꾸준히 해도 걷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동작이 어렵거나 정확한 자세가 자신 없다면 물리치료사에게 배우면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물속에서 수영 벨트를 착용하고 걷는 아쿠아 운동도 매우 효과적이다. 수영 벨트는 허리에 착용하면 몸을 물에 뜨게 만들어 얼굴만 물 위로 내놓고 편안하게 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의 부력 덕분에 체중이 크게 감소한 것과 같은 효과가 생겨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현저히 줄어든다. 동시에 물의 저항은 앞서 언급한 고무 밴드처럼 자연스러운 근력 운동 효과를 제공한다.
물속에서는 걸음도 더 크게 내디딜 수 있어 관절의 가동 범위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물속 운동은 우리 몸의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지구력 근육을 효과적으로 단련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은 물론 체중 감량과 심폐 기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무릎 통증 때문에 육상 운동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고려해 볼 만한 운동이다.
운동만이 살 길이다. 중년과 노년기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값비싼 건강식품이 아니라 결국 내 두 다리와 근육이다. 무릎이 아프다고 운동을 포기하기보다, 내 몸 상태에 맞게 운동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걷기 운동, 밴드 운동, 수영 벨트를 이용한 아쿠아 테라피 등을 적절히 조합하면 무릎을 보호하면서도 평생 꾸준히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운동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느냐이다. 꾸준한 운동 습관이야말로 건강한 노년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처방이다.
임영빈 박사 케이데이 페이스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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