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과 식사로 해녀 문화 전하는 ‘해녀의 부엌’
▶ 싱가포르까지 진출… 현지점은 대통령 부인도 방문
▶ 제주 ‘해녀의 부엌’
“귀한 손님 오민 주는 거 있지 않는냐 얘? 그 먹을 거 나가 젤 좋아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무쇠가마솥에 따끈하게 데워둔 상웨떡을 하나씩 꺼내 소쿠리에 담는다. 제주도에서 잔칫상, 차례상에 올리던 밀·보리·막걸리 떡이다. 가마솥 주위로 뺑 둘러앉은 이들에게 귀한 떡을 한 점씩 나눠주는 이는 제주 북촌리의 막내 ‘애기해녀’ 고인숙(58)씨다. 해녀가 직접 채집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맛보는 동안 실제 해녀가 자신의 삶을 공연으로 풀어낸다. ‘해녀의 부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출이다.
해녀의 부엌은 제주 동편 우도 인근에 종달점, 북편 서우봉 인근에 북촌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싱가포르에 지점을 내며 해외에도 진출했다. 올 3월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 국빈 방문 당시 김혜경 여사가 싱가포르점을 찾아 관광 현장 간담회를 주재했다.
고인숙 해녀(오른쪽)와 공연자가 불턱 주위에 앉아 방문객에게 해녀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 해녀 문화를 집중 조명한 이색 공간은 ‘해녀 집안에서 나고 자란 극 배우’라는 대표의 배경 덕에 탄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김하원(35) 대표는 “마을 해녀들이 잡는 해산물이 헐값에 일본으로 수출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이 공간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서빙을 하는 미국의 햄버거 가게에서 영감을 받아 “공연과 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점과 북촌점은 ‘해녀의 삶’을 주제로 한 내러티브 공연과 코스식 식사를 제공한다. 종달점은 연극 관람 후 뷔페 식사를 하는 방식. 북촌점에서는 해녀 1명과 배우 1명이 한 조를 이뤄 '애기해녀’와 ‘삼춘해녀’를 연기한다. 실제 어촌계에서는 애기해녀인 고인숙씨가 공연에서는 삼춘해녀를 맡는다. 우영팟(텃밭·전채), 바당(바다·냉식), 불턱(화로·온식), 노을(후식) 4코스에 맞춰 9~13가지 음식이 제공된다. 돌미역 성게쌈 등은 삼춘해녀가 현장에서 바로 완성해 접시에 올려준다.
각 코스 사이에는 해녀의 텃밭, 물질, 화로 등을 주제로 한 2인극과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다.
배우는 물론 해녀의 연기도 자연스러워 비결을 물으니 '극을 해녀에 맞추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극에 참여하는 해녀들은 평소 말하는 것처럼 그대로 말하고, 이들의 소통법을 연구해 우리가 극을 맞춰간다”고 설명했다. 6개월 주기로 교체하는 메뉴도 해녀가 구성에 참여해 개발한다. 음식 구성과 완성도도 만족스럽다. 성게소에 버무린 소라를 돌미역에 싸 먹는 한입쌈과 액젓의 감칠맛을 더한 전복 요리가 특히 별미다. 전체 식사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풍성한 차림에 비해 짧게 느껴졌지만, 일부 고령층은 오히려 식사 시간이 길다고 느끼기도 해 고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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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글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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