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드파르디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였다. 샤토루의 극빈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67년부터 2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소득이 아니라 재산에 부과하는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 벨기에로 도주했다 러시아로 건너가 시민권까지 받으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졸지에 국민 배우에서 국민 밉상으로 추락했다. 300파운드가 넘는 체구에 각종 약물 중독, 모터사이클 사고, 성추행 유죄 판결 등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를 프랑스 밖으로 내몰았던 부유세는 2018년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폐지됐다. 골동품부터 비상장 주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재산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을 뿐 아니라 부유층의 로비를 통한 각종 예외, 법적 분쟁 무엇보다 드파르디외 같은 해외 이주자가 급증하면서 들어오는 세금에 비해 징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세계 14개국이 부유세를 도입했으나 프랑스와 같은 이유로 오스트리아 1994년, 덴마크 1997년, 핀란드 2006년, 프랑스 2018년, 독일 1997년, 아이슬란드 2006년, 아일랜드 1978년, 룩셈부르크 2006년, 네덜란드 2001년, 스웨덴 2007년 등 10개국이 철폐했다. 아직도 부유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콜롬비아,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등이다.
이들 사례가 보여주듯 부유세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도 극심한 빈부 격차를 줄이고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자는 취지로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올 11월 주민 투표에 올라 있는 가주의 주민발의안 40이다. 이 안은 지난 1월1일 기준으로 가주 주민이면서 10억 달러 이상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 단 한번 5%의 세금을 매기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발의안은 단 한번 걷는다고 하고 있지만 돈 맛을 보고 난 후 이를 순순히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콜롬비아와 스페인도 긴급 상황을 구실로 일시적으로 부과한다고 했다 영구화했다.
이 발의안 주창자들은 이로 인해 1천억 달러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후버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중 30%를 부담해야 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페이팰의 피터 틸,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은 이미 가주를 떠났으며 실질 세수는 400억달러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토 연구소에 따르면 가주 억만장자들은 이미 연 33억 달러에서 58억 달러를 소득세로 내고 있다. 이들 부자들이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 가주를 떠날 경우 가주 세수는 영구히 줄어든다. 개빈 뉴섬 주지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가주 부유세 신설을 반대하는 것은 그래서다.
이들이 떠날 경우 가주가 입는 손실은 이들의 소득세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기업가로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이들이 다른 곳으로 가 기업을 차린다면 가주는 고소득 근로자와 이들이 내는 세금까지 같이 잃게 되는 것이다.
현재 소득이 아니라 재산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은 크게 재산세와 상속세가 있다. 그러나 재산세는 매매가 일어났을 때 가격을 기준으로 통상 연 2% 한도로 인상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별로 없고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단 한번 내는 특징이 있다.
반면 부유세는 해마다 특정인의 전재산을 평가해야 해 그 가치를 두고 의견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많고 이 특정인이 살아 있기 때문에 부유세가 없는 곳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징수 비용은 높으면서 막상 징수액은 예상보다 훨씬 적게 나타나는 것이다.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의 경우 남긴 재산이 얼마인가를 두고 유족과 국세청과의 분쟁에 세금 법원이 답을 내는데 12년이 걸렸다.
재산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과 골동품 등 즉시 현금화가 어려운 점도 부유세 징수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인 데다 호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체코,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스웨덴 등지는 부유세는 물론 상속세도 없다. 부자들 입장에서는 부유세를 꼬박꼬박 낸 후 상속세까지 무느니 차라리 이런 나라로 이민 갈 생각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다 연방 수정 헌법 16조는 연방 의회로 하여금 소득에 한해서만 인구 비례와 상관없이 직접 세금을 부과할 있도록 하고 있다. 재산에다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일 가능성이 높다. 주민 발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 발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질 세수는 예상보다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주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 확실시된다. 가주 주민들은 황금에 눈이 어두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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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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