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외국 관광지는 일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946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이고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의 22%에 달한다.
이처럼 한국인이 일본을 많이 찾는 이유는 물가가 싸고 친절하며 안전하고 깨끗하며 볼 것과 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인구는 한국의 2배가 넘고 국토 면적은 4배에 달한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한국과 색다른 점도 많아 그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크다.
관광지마다 한국인으로 넘쳐나지만 인구 230만으로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에 이어 4위의 대도시인데도 한국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 있다. 바로 지금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는 나고야다.
이곳에 한국인이 별로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별히 내세울만한 볼 것도, 먹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사에서 이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일본 역사에서 영웅 셋을 들라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꼽힌다. 이들 셋 모두 이 동네 사람이다.
이 지역 성주의 아들이던 오다는 포르투갈인을 통해 전해진 화승총의 위력을 먼저 알아보고 1575년 나가시마 전투에서 이를 이용해 전설적인 다케다 가문의 기마대를 몰살시켰다. 그 후 연전연승을 거두며 100년간 내란에 휩싸였던 일본 통일을 앞두고 있던 1582년 혼노지에서 부하 아케치 미쓰히데의 반란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 기회를 포착한 오다의 부하 히데요시는 반란을 진압하고 실권을 잡는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이에야스를 당시 깡촌이나 다름없던 에도(지금의 도쿄)로 몰아내고 사실상 일본 통일을 완수한 그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병사한다.
히데요시는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원수지만 일본사에서는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오다와 도쿠가와와가 영주 집안 출신인데 비해 히데요시는 천민 출신으로 일설에는 오다의 변소 청소부터 일을 시작했다. 무슨 일을 시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오다 눈에 든 그는 결국 장군의 자리에까지 올라갔다 일본의 최고 실권자로 등극한다.
그런 그에게도 한가지 한이 있었으니 자기 뒤를 이을 후사가 없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조카 히데쓰구를 후계자로 지명하는데 비극은 말년에 아들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56살에 히데요리가 태어나자 자신이 후계자로 택한 히데쓰구는 자신의 아들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으로 변한다. 결과는 히데쓰구 일족의 몰살이었다.
그리고 불과 5년 뒤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안 히데요시는 도쿠가와를 비롯한 5명의 원로에게 히데요리의 보호를 부탁하고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라는 말과 함께 숨을 거뒀다. 오사카는 그의 세력 기반이다.
그러나 당시 험난한 상황에서 5살짜리가 권력은커녕 목숨을 보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히데요시 사망 2년 후인 1600년 도쿠가와는 히데요시 파에 반기를 들어 군사를 일으켰고 일본의 천하 판세를 결정할 큰 싸움이 나고야 인근 세키에서 벌어진다. ‘세키의 들판’이란 뜻의 세키가하라 전투가 그것이다. 세키는 한 때 명검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명품 손톱 깎기로 유명하다.
도쿠가와의 8만 동군과 히데요시의 12만 서군이 맞붙은 이 전투에서 동군이 압승을 거두면서 도쿠가와 가문이 천하를 통일하고 그 후 260년간 막부 체제를 통해 일본을 지배한다. 히데요시가 애지중지하던 아들 히데요리는 오사카 성에서 끝까지 저항했으나 해자를 묻고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도쿠가와 말을 믿었다가 다시 전투가 재발하자 생모와 함께 자결하고 히데요시 가문은 대가 끊긴다.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 도쿠가와도 고단한 일생을 산 사람이다. 정략 결혼한 부모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정략 이혼당하고 6살 때 오다 집안으로 인질로 끌려갔다 8살 때는 이마가와 집안 인질이 되고 19살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오다의 딸을 며느리로 들였으나 오다가 멸망시킨 이마가와 집안 아내와 불화로 결국 오다의 명령에 따라 아내와 아내가 낳은 큰 아들을 처형하기까지 한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는 그의 말에 고난과 인내로 점철된 그의 인생이 엿보인다.
나고야는 이런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일본 알프스로 가는 관문이다. 기차와 케이블카, 로프웨이, 버스를 타고 산을 넘고 일본 최대 규모인 구로베 댐을 건너가며 일본 자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4~6월 이곳에 20미터 높이로 쌓인 ‘눈의 대협곡’은 절경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본사도 여기 있고 공항이 한가해 입국 수속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이번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관광도 좋지만 일본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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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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