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불안·미 고금리에 달러가치 18개월래 최고
▶ 수출 호조에 원화도 강세
▶ 한인 송금·여행·무역 희비

한국시간 12일 원·달러 환율이 1,332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
미국 달러화 가치가 18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가운데 한국 원화 역시 달러 대비 약 2년 만에 가장 강한 수준으로 올라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의 고금리 전망이 글로벌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외화 유입 기대감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환율 움직임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송금과 무역, 투자 활동을 하는 미주 한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강세가 모든 통화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글로벌 달러 가치와 원·달러 환율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가치를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지수는 지난주 18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2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지수가 102.14 안팎에서 움직이며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최근 고점 부근에 머물렀다.
달러 강세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미국의 금리 상승 전망이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주말 사이 유조선 피격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연준이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 역시 달러 가치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달러화 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이는 해외 자금의 미국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외환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2년여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1,342.5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하락, 오후 3시45분께에는 1,332.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4년 10월4일 이후 2년 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달러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어든다는 의미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했음을 뜻한다.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조다.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고 원화로 환전하면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수급 요인은 국제적인 달러 강세 압력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 같은 환율 변화는 미주 한인들의 경제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미국에서 한국으로 생활비나 가족 지원금을 송금하는 한인들에게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같은 1,000달러를 송금하더라도 환율이 1,400원일 때는 14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1,333원이라면 133만3,000원으로 줄어든다.
송금액 1,000달러당 원화 수령액이 6만7,000원 감소하는 셈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비나 생활비를 보내는 가정에는 원화 강세가 유리하다.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에게 1만달러를 송금하려면 환율이 1,400원일 때 1,400만원이 필요하지만, 1,333원에서는 1,333만원으로 67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실제 송금액은 은행별 환전 수수료와 적용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 한인들에게도 원화 강세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가져간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원화가 줄어들어 한국에서의 숙박·식사·쇼핑 비용이 달러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비싸지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달러 구매 부담이 줄어들어 미국 여행 경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미 간 무역업체들도 환율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상품을 수입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한인 업체들은 달러로 결제할 경우 원화 강세가 한국산 제품의 달러 기준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거나 한국에서 원화로 비용을 지출하는 미국 업체에는 환율 변화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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