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올 시즌 끝으로 철거
▶ 2032년 돔구장으로 재탄생
12일(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 서울 잠실야구장. 활짝 열린 출입문 사이로 푸른 잔디와 경기 전 몸을 푸는 선수들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칠 광경이지만, 오가던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홀린 듯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경기 티켓을 꺼내 들고 경기장과 함께 휴대폰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잠실의 모습을 한 장이라도 더 담아두려는 듯했다.
이날 잠실구장에서는 두산과 롯데의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렸다. 1982년 개장 이후 44년간 서울 야구의 심장 역할을 해온 잠실구장의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다. 잠실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된다.
이날 경기는 2만3,750석이 모두 팔려 나갔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부터 종합운동장역은 야구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붐볐다. 구단 상품 매장 ‘베어스하우스’는 유니폼과 기념품을 사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외국인,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구매 창구 앞에는 수십 미터 줄이 늘어섰고, 매표소는 평소보다 이르게 문을 열었다. 구장 외벽에는 영어로 ‘우리의 시간, 우리의 기억. 고마워 잠실(Our time, our memories. Thank you Jamsil)’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충남 공주에 사는 조해성(60)씨도 잠실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홀로 경기장을 찾았다. 대전 출신인 그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당시 대전을 연고로 한 OB 베어스 팬으로 야구에 입문했다. 베어스가 서울로 연고를 옮긴 뒤에도 팬심을 유지했다. 지난 10년간 1년에 10번가량 잠실을 찾았다는 그는 “잠실은 다른 데보다 구장이 크고, 야구 보기에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잠실의 순간’으로는 2015년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이 삼성을 꺾고 우승을 확정한 순간을 꼽았다.
이날 시구는 1995년과 2001년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렸던 김인식 전 감독이 맡았다. 그는 “선수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던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에서 시구를 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두산은 경기 후 구단 레전드 박철순 김형석 정재훈 김재호가 참여하는 ‘잠실구장 은퇴식’을 열고 팬들과 함께 구장을 떠나보냈다.
현역 시절 두산의 ‘원클럽맨’ 포수로 활약한 김태형 롯데 감독은 경기 전 “내 야구 인생이 거의 다 여기(잠실구장) 있다”며 감회에 젖었다.
잠실구장은 1982년 7월 개장해 같은 해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치렀다. 세계야구선수권 결승 한일전에서 나온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3점 홈런은 지금도 한국 야구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1983년부터 LG의 전신인 MBC 청룡이 안방으로 썼고, 서울로 연고를 옮긴 OB가 1986년 잠실에 입주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시대가 열렸다.
잠실구장이 철거된 자리에는 3만 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이 들어선다. 서울시가 민간투자로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호텔, 컨벤션센터, 문화·상업 시설 등이 지어지며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공사 기간인 2027~2031년 다섯 시즌 동안 LG와 두산은 바로 옆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개조해 임시 거처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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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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