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일의 하나가 나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보통 사람도 그렇지만 전지전능하고 선한 유일신을 믿는 사람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뭐든지 할 수 있고 착한 신이 좋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경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글이 실려 있다. ‘욥기’가 그것이다. 이 글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 토머스 칼라일은 “성경 안팎에서 이와 맞먹는 문학적 수준을 갖춘 작품은 없다”고 말했으며 알프레드 테니슨은 “고대와 현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시”라고 평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동쪽 우스 땅에 욥이란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는 큰 부자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어긴 적이 없는 의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 앞에 사탄이 나타난다. 하나님이 욥을 칭찬하자 사탄은 “당신이 그의 손이 하는 일을 복되게 하사 그의 재물이 넘치나이다”라며 그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그에게 많은 재물을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하나님은 그의 몸에 손대지 않는 조건으로 그의 소유에 대한 처분을 사탄에게 맡긴다. 그러자 곧 스바와 갈대아 사람들이 나타나 욥의 재물을 강탈하고 하늘에서 불과 큰 바람이 몰아쳐 욥 7남3녀의 생명을 앗아간다. 욥은 통곡하면서도 “하나님이 주셨고 하나님이 취하셨다. 하나님의 이름은 복될 지어다”라며 원망하지 않는다.
그 후 다시 하나님이 사탄을 만난 자리에서 욥을 칭찬하자 사탄은 그가 아직 몸이 성하기 때문이라며 신체를 공격하면 욥도 달라질 것이라 주장한다. 신이 이것도 허락하자 욥의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욕창으로 뒤덮인다. 그 아내마저 이 꼴을 보다 못해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고 외치지만 그는 끝까지 신을 비난하지 않는다.
이 소식을 듣고 그의 친구 세명이 먼저, 나중에 한 명이 더, 그를 위로 하러 오지만 그들의 말은 위로라기보다 비난에 가깝다. 그들은 잘못한 일이 없는데 하나님이 벌을 주겠냐며 반성하라고 하지만 욥은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나중에 하나님이 회오리 바람과 함께 나타나 욥의 결백을 인정하고 친구들을 비난하지만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허용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천지를 창조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냐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미약한 인간이 감히 창조주의 뜻을 헤아리려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욥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신은 이를 받아드려 그의 재산을 두배로 늘려주고 다시 7남3녀를 낳게 해준다. 욥은 그 후 140세까지 살며 천수를 누렸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겉으로는 해피 엔딩인 것 같지만 많은 학자들은 마지막은 후세에 덧붙여진 것으로 본다. 중간까지는 불의에 맞서 당당히 싸우던 욥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비는 부분도 그렇고 가운데는 시였다 나중에는 산문으로 문체가 바뀐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까지는 하나님을 ‘엘로힘’ ‘샤다이’라고 부르다 나중에는 ‘야훼’로 이름이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의인 욥이 비참하게 끝나는 것을 막고자 후대 작가들이 사탕발림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와는 별도로 과연 ‘욥기’가 왜 나쁜 일이 착한 사람에게 일어나는지를 제대로 설명했는지는 의문이다. 하나님의 답변은 미물인 인간은 그냥 따지지 말고 재난을 받아들이라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죄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 나쁜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사상 최악의 홍수에 시달리던 그랜드 캐년에서 갑작스런 홍수로 두명의 등산객이 사망했고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는 막 아이를 낳고 출산 휴가 후 직장으로 복귀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 부사장이자 변호사인 젊은 여성(32)이 정신 이상자가 휘두른 칼에 맞고 목숨을 잃었다.
네팔에서는 녹아내린 빙하로 인한 홍수로 순식간에 1천400명이 숨을 거뒀고 5천여명이 실종 상태다. 그리고 지난 11일은 9/11 테러로 3천명 가까운 무고한 생명이 세상을 떠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는 사필귀정이니 인과응보니 하는 말을 좋아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일은 일어날 때보다 일어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오히려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이 더 현실에 대한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유일신을 처음 만들어낸 유대인들은 신의 가장 큰 계명을 ‘세상을 고치라’(티쿤 올람)인 것으로 본다. 이 불완전한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완전한 신이 어떻게 불완전한 세상을 만들었는지는 인간의 이해를 넘는 일이지만 불귀의 객이 된 이들의 명복을 빌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 말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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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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