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사립대들이 높은 등록금을 책정한 뒤 장학금으로 깎아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실제 부담액에 가까운 등록금을 제시하며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학비 부담에 민감해진 학생과 학부모가 재정보조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몬태나주의 캐럴칼리지는 2027년 가을부터 등록금을 40% 낮추기로 했다. 아이오와주의 코칼리지도 내년부터 등록금을 약 45% 인하한다. 일부 사립대는 주립대의 주내 학생 등록금과 비슷한 가격을 제시하거나 학자금 대출이 필요 없는 재정보조를 내놓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오랫동안 높은 등록금이 교육의 질과 학교의 위상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등록금은 높게 유지한 뒤 장학금을 지급하면 학교의 명목가격을 낮추지 않으면서 학생에게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높은 등록금 자체가 학생들에게 학교의 수준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니라 지원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교육 컨설팅업체 EAB의 브렛 슈레이더 부사장은 대학들이 경쟁 학교뿐 아니라 가정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격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는 주로 소규모 사립대에서 시작됐다. 일부 명문대도 등록금 체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코넬대의 고등교육 미래 보고서는 등록금 인하와 성적 장학금 도입 여부를 검토할 태스크포스 설치를 제안했다.
캐럴칼리지도 여러 가격대에 따른 학생들의 반응을 분석한 끝에 연간 등록금과 수수료를 2만 6800달러(한화 약 3644만원)로 낮추기로 했다. 제니퍼 글로위엔카 총장은 학생들이 실제로 부담할 금액에 가까우면서 다른 지역 주립대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칼리지 역시 등록금을 3만 1850달러(한화 약 4330만원)로 낮춘다. 데이비드 헤이스 총장은 기존 등록금이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져 지원 자체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에서는 2023~2024학년도 등록금 전액을 낸 학생이 한 명도 없었고, 학생 1인당 평균 재정보조금은 4만달러를 넘었다.
◇ 등록금 낮추는 美…한국은 지역 국립대 ‘전액 장학’ 추진
한국에서도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업무보고에서 이르면 2027학년도부터 전국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에게 국가장학금 등을 통해 등록금 전액 수준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지원 대상을 재학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지방 대학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지방 국립대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 사립대의 우수 학생을 지원하는 지역인재장학금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사립대가 처한 상황은 미국의 등록금 인하와는 다르다. 사립대는 2009년 이후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졌고, 2012년 국가장학금Ⅱ유형이 도입되면서 등록금 인하·동결과 대학 자체 장학금 확충이 정부 지원과 연계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서는 이 같은 등록금 동결 정책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립대의 재정 여건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방 사립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회에 제출된 사립대 구조개선 관련 법안 자료에서도 오랜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사립대 재정 위기가 심화됐다는 점이 제안 이유로 제시됐다. 2022년 등록 기준 전체 사립대 미충원 인원은 2만 9535명으로 집계됐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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