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건물 수리·보험료 급등
▶ 월 HOA비 내고도 거액 청구
▶ 토랜스선 4만9천불 사례도
▶ “콘도 살때 HOA 재정 확인을”
캘리포니아에서 콘도 소유주들에게 수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특별분담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콘도 HOA 비용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의 대규모 보수공사가 한꺼번에 몰리는 데다 보험료 급등과 발코니 안전검사 등 각종 비용까지 겹치면서 매달 수백 달러의 관리비를 꼬박꼬박 납부해 온 소유주들에게 갑작스럽게 수만 달러의 추가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콘도는 단독주택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첫 주택 구입자들의 대표적인 ‘내집 마련 입문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HOA 비용 급등이 가뜩이나 침체된 가주 주택시장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샌클레멘테의 ‘빌라모라 앳 랜초 샌클레멘테’ 콘도 주민들은 최근 HOA로부터 가구당 2만6,000달러의 긴급 특별분담금(emergency special assessment)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1990년대 건설된 198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지붕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HOA 측의 설명이다. 전체 공사비는 약 520만 달러에 달하며 여기에는 50만 달러 규모의 화재진압 시스템 수리 비용도 포함돼 있다.
이곳의 평소 HOA 관리비는 월 500달러가 넘는다. 상당수 주민들은 그동안 매달 적지 않은 관리비를 납부해 온 만큼 주요 시설 보수에 필요한 적립금이 마련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가 갑작스러운 거액의 추가 부담에 충격을 받았다. 일부 주민들은 특별분담금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없어 월 약 2,000달러씩 분할 납부하고 있다. 기존 HOA 관리비에 모기지, 재산세 등을 감안하면 주거비 부담이 단숨에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은퇴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단지에 거주하는 81세 여성은 2만6,000달러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 자녀들의 도움을 받고 대출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특정 콘도 단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HOA 전문 변호사 마이클 쿠시너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주에서 가구당 2만 달러가 넘는 긴급 특별분담금 사례가 과거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랜스의 한 콘도에서는 특별분담금이 무려 가구당 4만9,000달러에 달한 사례도 보고됐다.
지난 2017년만 해도 오렌지카운티의 한 콘도에서 1만8,000달러의 특별분담금이 부과됐을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큰 액수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수만 달러 규모의 분담금이 점차 드물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콘도 노후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주택건설 붐 당시 지어진 가주의 수많은 콘도가 이제 대규모 보수 시기를 맞으면서 지붕과 외벽, 배관 등 주요 시설을 한꺼번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여기에 가주의 보험 위기도 HOA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 피해가 반복되면서 보험회사들이 가주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보험료를 대폭 올리면서 콘도 단지들의 보험비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안전 규정 강화 역시 비용 상승 요인이다. 2015년 버클리에서 발코니가 붕괴돼 6명이 숨진 사고 이후 강화된 가주 발코니 안전검사 규정에 따라 상당수 콘도에서 검사 후 고액의 보수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HOA가 이런 대규모 보수공사에 대비한 충분한 적립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HOA 재정 전문가들은 이사회가 장기간에 걸쳐 관리비를 적절히 인상하고 적립금을 충분히 쌓아 놓았다면 갑작스럽게 수만 달러를 한꺼번에 부과하는 사태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HOA 이사회 구성원들 역시 해당 단지 주민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웃들의 반발을 우려해 매달 내는 관리비 인상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필요한 보수공사를 미루는 동안 적립금은 부족해지고, 대형 공사가 불가피해졌을 때 한꺼번에 거액의 특별분담금을 걷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HOA 측에서는 안전과 직결된 시설 보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샌클레멘테 콘도 HOA 측 변호사는 전문업체의 조사 결과 지붕의 방수막이 노후돼 더 이상 방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누수로 내부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 지붕 보수를 미리 계획했어야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즉각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일부 주민들은 지붕 교체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비상사태’가 아니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정기적인 유지·보수 문제라며 특별분담금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HOA 이사진을 교체하기 위한 주민 소환투표에도 나섰다. 특별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HOA는 미납 주민들에게 유치권을 설정할 수 있으며, 장기간 미납이 이어질 경우 최악에는 주택 압류 절차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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