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연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골절센터장
▶ 2022년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 43만 명 초과
▶ 골절 이후 거동 제한, 폐렴 등 합병증 위험 키워
▶ 환자가 일상활동 회복하는 게 궁극적 치료 목표

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80대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집 안에서 잠시 균형을 잃고 넘어졌을 뿐인데 고관절이 부러진 상태였다. 보호자는 “조금 쉬면 나아질 줄 알았다”며 “집에서 하루 정도 지켜보다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골절을 단순히 ‘뼈가 부러진 상태’로 생각한다. 그러나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고관절 골절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응급 질환이다. 실제로 고관절 골절의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뿐 아니라 생존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골절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 자료에 따르면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는 2002년 약 9만 7000명에서 2022년 약 43만 4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고관절과 척추 골절이 흔하다.
고령층에서 골절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뼈가 부러지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골절로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폐렴, 혈전증, 욕창, 근육 감소 등의 합병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수술이 늦어질수록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커지는 만큼, 가능한 한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골절센터는 고관절 골절 환자 내원 시 48시간 이내 수술 시행을 목표로 진료 프로토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상급종합병원이 암과 중증질환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재편하면서 골절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기관을 찾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대학병원은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인식까지 더해져 골절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한다.
그러나 골절은 예약 날짜를 기다릴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골절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느냐’다. 이러한 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골절센터를 개소하고, 응급실과 외래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골절 패스트트랙(Fast Track)’ 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응급실 도착부터 정밀검사를 거쳐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다학제 협진, 재활에 이르기까지 치료 전 과정을 신속하게 연계해 골절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골절 치료를 둘러싼 또 다른 오해로는 ‘뼈만 붙이면 치료가 끝난다’는 생각을 들 수 있다. 실제 골절에서는 뼈뿐 아니라 인대와 힘줄, 근육, 혈관, 신경, 피부 등 주변 조직이 함께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통사고나 추락으로 발생하는 복합골절과 개방성 골절은 정형외과 단독 치료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손상된 연부조직을 복원하는 성형외과, 신경 손상을 치료하는 신경외과, 흉부 손상을 담당하는 흉부외과, 기능 회복을 돕는 재활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다학제 협진이 필요한 이유다.
치료 시기와 정확한 진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일주일 전 팔꿈치 탈구로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40대 여성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수술 후 나타나는 일반적인 통증으로 여겨 경과를 지켜봤지만 증상이 계속 악화됐다. 다시 검사한 결과 팔꿈치가 다시 탈구된 상태였다. 이전 수술에서는 손상된 근육만 치료됐을 뿐, 관절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인대 손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후 손상된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다시 시행했고, 환자는 팔꿈치 기능을 회복해 현재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다. 골절이나 탈구는 뼈와 관절을 제자리로 맞추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동반 손상까지 정확하게 평가하고 치료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골절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가벼운 낙상이 고관절이나 척추 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넘어진 뒤 심한 통증 때문에 일어나기 어렵거나 팔다리가 변형됐거나 부종과 멍이 빠르게 심해진다면 단순한 타박상으로 여기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다.
고령층은 통증이 심하지 않아도 골절이 발생해 있을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넘어진 이후 걷기가 어려워졌거나 평소와 다른 통증이 지속된다면 검사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골절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부러진 뼈를 붙이는 데 있지 않다. 환자가 다시 걷고 일상으로 돌아가 이전의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무엇보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골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환자의 평생 걸음걸이와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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