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 의원, 경유 수출금지법안 발의…당 지도부도 “열린 입장”
▶ 에너지 소관부처 장관들도 여지…전문가들은 “통제하면 가격 더 올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인프라 피격으로 경유(디젤) 글로벌 공급난이 가중되면서 미국 정부가 경유 가격 통제를 위해 수출금지 조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팀 버쳇 하원의원(공화·테네시)은 최근 미국 내 경유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1월까지 경유 수출을 한시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전날 발의했다.
이에 앞서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도 경유 수출금지 방안 검토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적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들도 최근 공개 발언에서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초 CBS 인터뷰에서 '경유 수출금지 시행 가능성을 배제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명확하게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하지 않았다.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도 이번 주 주요 20개국(G20) 장관회의 행사에서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면서도 실제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수출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그간 수출금지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해온 미 행정부가 최근 들어 종전보다 누그러진 태도로 바뀌었다고 볼 만한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자국 내 물량 확대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지만, 결국 에너지 기업들이 가격 변화에 맞춰 공급물량을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의도치 않게 가격 상승만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은 경고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수출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한 달여 남기고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경신해 당장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미국의 평균 경유 가격은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번 주 들어서도 상승 흐름을 지속해왔다. 17일에는 갤런당 6.40달러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이미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피격까지 더해져 이러한 가격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실제로 송유관 가동 중단 이후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의 정제시설들은 원유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걸프 연안은 물론 중서부 지역과 캘리포니아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정제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는 여건이 나은 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경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 트럭 운송을 비롯한 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생산비용 증가를 초래해 광범위한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경유 가격이 현재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며 백악관이 경유 가격 상승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가을 수확철을 맞은 미국 농가의 농기계 연료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겨울이 빠른 북동부 지역에서 난방유 보일러까지 가동하기 시작하면 경유 가격 오름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만약 경유 수출금지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미국 내 재고 수준과 수출량을 연동하는 부분적 수출금지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상업용 재고가 일정 수준 아래로 줄면 정유사의 수출 할당량도 함께 줄어드는 재고연동 방식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리포우 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경유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 수요 감소에 맞춰 정유사들이 정유 처리량을 줄이게 돼 휘발유나 항공유 등 다른 연료 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포우 대표는 "여러 석유류 품목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주유소 기름값은 더 오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에너지회사 컨티넨털 리소시즈의 해럴드 햄 창립자도 "수출 금지는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가격만 더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에너지 특사를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 골드윈글로벌스트래티지스 대표는 수출금지 조치에 대해 "몇 달 효과를 보고 나면 가격은 다시 오를 것"이라며 "행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겠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원칙을 지킬 의지가 있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