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가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단독 회담에 진심으로 경탄한 듯했다. 위트코프는 이 같은 회담들이 자신의 인생 경험 가운데 “최고”에 속한다고 극찬했다. 두 사람 모두 러시아를 잠재적 파트너로 이야기하며,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푸틴과의 ‘윈윈’ 해법을 모색하는 사업가의 관점에서 러시아에 접근한다.
그렇다면 사업가에서 정부 관료로 변신한 또 다른 인물,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행크 폴슨 전 재무장관이 푸틴에 대해 깨달았던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폴슨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운이 거세지고 금융시장에서 미국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을 보증하는 양대 거대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2008년 8월, 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다.
베이징에서 폴슨은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숨이 멎을 정도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러시아 관리들이 중국 측에 접근해 두 나라가 공동으로 대규모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증권을 투매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휘청이고 있던 미국 경제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가중시켜 결국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라. 미국 금융시스템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에 다가가던 바로 그 순간, 푸틴은 이미 쓰러져 있는 미국을 공격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미국 경제가 더욱 심각하게 붕괴하면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나머지 국가들도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게 될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미국이 심각한 타격을 입기만 한다면 푸틴은 모두가 패자가 되는 ‘루즈-루즈’ 결과까지 감수할 의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업가의 사고방식과 거의 정반대다. 그러나 푸틴은 자신이 거래를 모색하는 사업가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그는 러시아와 소련 제국의 붕괴로 잃어버린 힘과 영토를 되찾으려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다. 비록 그의 나라가 세계무대에서 경제적으로, 인구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푸틴이 수년 동안 미국과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외교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가 인정하려면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의문이다. 트럼프의 이란과의 전쟁을 생각해보자. 어느 강대국이 이란의 가장 강력한 군사 동맹국이었는가?
러시아는 테헤란에 첨단 항공기와 탱크를 비롯해 수많은 무기를 공급해왔다. 러시아는 이란과 정보를 공유하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발견된 미국 무기를 이란에 보내 테헤란이 이를 역설계해 미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러시아가 미국 항공모함을 위협할 수 있는 램제트 추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도록 이란을 비밀리에 지원해왔다고 폭로했다. 이것들은 어떤 추상적인 지정학적 게임을 위한 무기가 아니다. 미국의 방어망을 무력화하고 미군 병사들을 살상하기 위해 설계된 무기들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서반구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 어느 강대국이 수년 동안 그 비전에 맞서 움직여왔는가?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베네수엘라 무기 수입의 70% 이상을 러시아가 차지했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와 니카라과를 주시하고 있다. 쿠바의 군사 장비는 대부분 러시아제이며, 니카라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패턴은 아프리카에서도 이어진다. 모스크바는 무기와 자금, 정치적 지원, 용병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을 밀어내왔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국가권력과 함께 움직이는 수단으로 출발해 리비아에서 사헬 지역에 이르기까지 모스크바의 야심을 실현하는 도구가 됐다. 러시아는 또한 미국을 주요 전략적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다른 두 핵보유국인 북한 및 중국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기본적으로 이 분쟁에서 모스크바의 편을 드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말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불렀다. 그의 행정부는 러시아의 여러 입장을 협상에 앞서 미리 수용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상당 부분이 반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미국의 군사 지원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미국은 한동안 핵심적인 정보 공유까지 중단했다. 내가 키이우를 방문했을 때 만난 우크라이나 장성과 군인들은 미국의 지원 상실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겪은 가장 큰 전략적 타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공격을 견뎌내고 대응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이 우려하는 더욱 장기적인 피해는 미국의 포기다.
푸틴과 협상을 모색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든 당사자가 무엇인가를 얻는 합의를 추구하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외교는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위트코프와 쿠슈너의 눈에는 ‘윈윈’을 모색하는 사업가가 보인다. 그러나 푸틴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적은 그가 전혀 다른 인물임을 시사한다. 미국을 약화시킬 수만 있다면 러시아에 비용을 부담시키고, 다른 나라들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손실의 위험까지 반복적으로 감수해온 인물이라는 것이다.
행크 폴슨은 18년 전 베이징에서 그 교훈을 깨달았다. 현재 미국의 ‘사업가 외교관’들도 모스크바에서 그 교훈을 깨닫는다면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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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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