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면 내 가슴이 뛰노나”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지만, 우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이저 호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뛰는 경험을 한다. 한 가지만 들어도 설레는데, 최근엔 3개나 되는 보이저 이야기에 사뭇 흥분되는 마음을 가눌 수 없다.
첫 소식은 지난 7월, 나사(NASA)가 쌍둥이 보이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빅뱅’ 프로젝트에 성공했다는 뉴스다. 우주선의 플루토늄 배터리가 고갈되자 노후한 전기시스템을 재설정하는 정밀작업을 벌였고, 그 결과 소량이나마 전력을 절약하게 되어 2031년까지 교신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1977년 보이저가 발사됐을 때의 임무 기대수명은 고작 4년이었으니, 실로 놀라운 생명력이다.
당시 태양계에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 정렬이 찾아왔고, 175년 만에 한 번 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사는 ‘그랜드투어’를 계획했다. 행성들 간의 중력도움을 이용하면 4개 행성을 모두 방문할 수 있고, 해왕성까지 30년이나 걸리는 비행시간도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호가 먼저 1977년 8월20일 발사됐고, 이어 1호가 9월5일 지구를 떠났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보이저들은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은 물론 48개의 위성들까지 탐사했다. 오늘날 우리가 붉은 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목성의 대적점이나 신비하고 아름다운 토성의 고리들, 천왕성의 기묘한 자전축과 해왕성의 고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이저가 보내준 사진들 덕분이다. 특히 목성의 위성 이오(Io)에서 활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은 학자들에게도 충격이었다.
1호는 2012년 8월에, 2호는 2018년 11월 태양계를 벗어나 끝 모를 성간(interstellar) 우주로 나아갔다. 지구에서 발사된 물체들 중에서 가장 멀리 갔고, 가장 오랫동안 탐사를 계속하고 있는 보이저들은 지금도 시속 3만5,000마일로 날아가면서 매일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49년전 보이저를 쏘아 올렸을 때, 이렇게 오래도록 항해를 계속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혹시 모르니까 더 갈 수 있게 만들기는 했지만, 수십년을 버티도록 한 것이 아니라 고장이 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담당자들은 회고한다.
컴퓨터 테크놀러지가 오늘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70년대 기술로 제작된 우주선이 혹독한 우주환경을 견디고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나사 엔지니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이들은 50년 전의 구닥다리 컴퓨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명령어를 보내며 원격으로 재 프로그래밍 해왔다. 한동안 교신이 끊기거나 오작동하는 위기들, 한번 무선신호를 보내면 응답 받기까지 며칠씩 기다려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과학장비를 하나씩 꺼가면서 우주선의 생명을 연장해온 것이다. 이번 빅뱅 작업도 꺼져가는 심장에 심폐소생술 하는 간절함으로 오랜 준비 끝에 성공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두 보이저가 가능한 한 오래 미지의 성간우주 영역에서 자기장과 우주선, 플라즈마 파동에 관한 귀중한 데이터를 수집해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먼 곳까지 탐사할 우주선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저에 관한 두 번째 소식은 오는 11월18일, 1호가 지구로부터 ‘1광일(light-day)’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빛이 하루 동안 가는 거리, 즉 160억 9,000만 마일 멀어지는 순간을 말한다. 그러니까 이때 보이저 1호에 명령을 보내면 24시간 후에야 도착하고, 그 응답도 다시 24시간이 걸려 돌아오게 된다. 2호는 조금 뒤처져있어서 2035년 11월경 1광일 거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독한 항해 끝에 보이저 1호가 처음으로 만나게 될 별은 기린자리에 있는 적색왜성 글리제(Gliese 445)다. 그런데 이것은 무려 4만년 후의 일. 보이저 2호 역시 약 4만년 뒤에나 안드로메다자리의 적색왜성 ‘로스 248’에 근접하게 된다. 태양계와 우리 은하,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하게 되는 거리다.
세 번째 소식은 내년 2027년 8월에 맞는 보이저 발사 50주년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천문학계 최대의 업적이고 축제이므로, 역사적 이정표를 축하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공영방송 PBS는 기념 다큐멘터리를,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특별 라이브방송을,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은 50주년 전시와 스페셜 강연시리즈를 개최한다.
보이저 2호 기념일인 8월20일엔 제2의 골든레코드 타임캡슐을 오픈하는 행사가 열리고, 1호 기념일인 9월5일에는 세계인의 목소리와 삶의 기록을 담은 나노 디스크를 심우주로 전송하는 상징적 이벤트가 펼쳐진다.
보이저는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두 우주선은 이미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 관성으로 날아가고 있다. 우리와의 통신은 곧 끊기겠지만, 우주선은 영원히 나아갈 것이다. 월트 휘트먼의 시구를 빌려 노래해본다.
“이제, 항해자여, 앞으로 나아가라, 찾고 발견하기 위하여”(Now, Voyager, sail thou forth, to see and f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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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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