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단편에서 A24 최고 흥행작으로
▶ 저예산·커뮤니티 마케팅이 만든 흥행 신화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지와 형광등 불빛으로 가득 찬 ‘리미널 스페이스’ 즉 경계공간은 인적 없이 텅 빈 낯익으면서도 어딘가 잘못된 듯한 불안감을 준다.[A24 제공]
익숙하지만 기이한 빈 공간이 주는 고립감과 불안감이 기괴한 공포감을 준다. A24가 선보인 공포영화 ‘백룸’(The Backrooms)은 인터넷 세대의 불안을 스크린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코로나19 이후 세대가 느끼는 현실감 상실과 노스탤지어, 고립의 정서와 공명했다.
영화 ‘백룸’의 출발점은 2019년 미국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4chan’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지와 쓸쓸한 형광등 불빛, 축축한 카펫 냄새로 가득 찬 이 공간은 인적이 없어 낯익으면서도 어딘가 잘못된 느낌을 주는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경계 공간)’의 대표적 예시가 됐다. “현실에서 ‘노클립(벽이나 바닥을 통과해 떨어지는 게임 용어)’하면 백룸에 빠진다”는 짧은 설정은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하나의 거대한 괴담 세계관으로 발전했다.
이어 2022년, 당시 16세의 케인 파슨스(유튜브명 Kane Pixels)가 유튜브에 올린 ‘파운드 푸티지’ 스타일의 유튜브 단편 시리즈가 큰 화제를 모으며 본격적인 영화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는 발견된 영상이라는 뜻으로, 누군가 촬영하다 남긴 것을 우연히 발견해 편집한 것처럼 꾸미는 영화 촬영 기법이다. 흔들리는 캠코더 화면이나 CCTV 영상처럼 연출해 사실감과 공포감을 높인다.
파슨스 감독은 3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실제 촬영장을 지어 ‘물리적 실재감’을 더했다. 유튜브 영상과 차별화하면서도 원작의 DNA를 유지하려는 시도였다. 영화는 가구매장 점원 클락(추이텔 에지오프 분)과 그의 심리치료사 메리(레나테 레인스베 분)라는 두 인물을 축으로 진행된다. 작품은 공간이 무언가를 반복해서 기억할수록 오히려 그것을 잃어버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경계 공간이 유발하는 심리적 불안과 트라우마, 기억의 붕괴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 영화는 공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감독이 강조하듯 목표는 관객을 겁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그가 속한 시스템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지만 심문한다. 캐릭터들은 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결국 그 공허를 공전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화해하거나 벗어난다. 온라인 문화 속에서 자란 세대의 직관과 장편 영화가 갖는 정서적 밀도를 성공적으로 결합했다. 그렇게 ‘백룸’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영화 언어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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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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