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타이드(Pink Tide)는 라틴 아메리카에 사회주의와 좌파 성향의 정권이 연이어 들어선 정치적 현상을 말한다. 그 핑크 타이드 범람기, 그러니까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전반기에 이 지역에는 새로운 정치적 유행 바람이 불었다
훈타(junta-군사평의회)라고 했던가.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군사독재 정치체제 말이다. 그 훈타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대신 새로운 유형의 좌파 독재체제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니엘 오르테가가 통치하는 니카라과가 그 드라마틱한 예의 하나다. 1기와 2기를 합쳐 그는 26년째 니카라과를 통치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사법부를 모두 내편으로 채운다. 입법부도 길들여 동업자로 끌어 들인다. 그리고는 선거조작을 한다. 이게 그 레시피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의 정치행보도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2005년 핑크 타이드가 라틴 아메리카전역을 휘몰아칠 때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9년 볼리비아는 대통령을 2기만 연임 할 수 있는 새 헌법을 채택했다. 그런데 1기와 2기를 연임한 모랄레스는 3기에 도전했다. 자신의 1기 대통령 취임은 구 헌법 에 따른 것이므로 새 헌법상으로는 1기만 채웠다는 황당한 주장과 함께 대선에 뛰어들었고 볼리비아의 헌법재판소는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2016년 3기 대통령 직 수행 도중 또 한 차례 자신을 출마를 허용토록 하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마침 불어 닥친 블루 타이드(Blue Tide)역풍과 함께 국민투표에서 쓴잔을 마셨다. 그러나 패배를 승복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대대적 민중봉기가 발생하고 군부마저 등을 돌리자 결국 해외로 달아났다.
베네수엘라 스토리도 비슷하다. 우고 차베스가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해가 1998년이다. 다음해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연임을 금지하는 헌법을 개정했다. 그렇게 해서 연달아 2기, 10년간 대통령을 지낸 후 2차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통해 종신대통령이 되는 길을 텄다.
2013년 죽기 직전 차베스는 니콜러스 마두로를 후계자로 선정했고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민주제도를 철저히 파괴하며 철권통치를 해오다가 지난 1월 미군에 체포돼 미 법정에 서게 됐다.
민주적 선거로 선출됐다. 그 정치 지도자가 그 민주 제도를 파괴한다. 이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권력의 중심에 진입했다. 그런 후 ‘국민의 의사’라는 미명하에 법령을 개정해 독재체재를 완성했다. 히틀러와 나치의 집권과정이 그 클래식한 예다. 26년째 집권을 하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이야기가 꽤나 길어졌다. 이는 다름에서가 아니다. 이재명 집권 1년 2개월여가 지난 현재 한국의 정국흐름과 관련해 뭔가 강한 기시감으로 다가와서다.
‘사법부를 무력화시킨다, 입법부를 길들인다. 선거조작을 한다. 핑크 타이드의 라틴 아메리카 곳곳에서 벌어진 이 작태부터가 전혀 낯설지가 않은 것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해야 하나. 86세대 좌파운동권이 주축인 이재명 정권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사법부는 진작 무력화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천하의 입법부는 본래부터 한통속이었다. 그 입법부가 ‘입틀막’법을 통과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국가안보조직도 무력화 시키고 있다. 국군방첩사령부 해체에 이어 육군 사관학교도 없애려 들고 있다.
‘군사 쿠데타가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인데 책임을 물은 적이 있나, 또 할 수 있지 않나.’- 이재명의 발언이다. 사관학교 통폐합의 진짜 목적이 대한민국 군맥(軍脈)해체에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뭔가 큰 일(?)을 앞두고 검찰에 이어 법원, 그리고 군에 이르는 국가 안보의 틀을 떠받치고 있는 엘리트 조직 무장해제 작업을 사전에 펼치고 있다고 할까. 그런 냄새가 짙다.
이런 정황에서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 대통령 중임·연임제 개헌이다. 먼저 애드벌룬을 띄운 것은 국회의장이란 사람이다. 현직 대통령 연임을 위한 개헌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 문제라고 말한 것이다. 뒤이어 나온 것이 개헌파 야당 중진의원들과 이재명의 골프회합이다.
그리고 국정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골드 크로스가 발생한 타이밍에 이재명 본인이 개헌을 직접 말한 것이다.
이 일련의 흐름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대장동에서 대북송금 사건 등 사법리스크로 몹시 초조해 있다. 그러니 국익이고 뭐고 자기 면죄부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 최고 관심사다. 그런 심정의 이재명은 공소기각 확대 조치로도 불안하다.
그래서 그 해결책으로 연임을 노린 개헌 주사위를 던진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 ‘탈옥형 개헌’ 시도는 성공할까. 도도히 밀어닥치는 블루 타이드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정착되면서 정치적 꼼수를 통해 정권연장을 해오던 좌파 독재권력은 하나 둘 무너져가고 있다. 그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 몬도가네 식 도박판이 된 증권시장, 고환율, 거기에다가 검사의 보안수사권을 폐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70년 사법체계파괴. 이로 인한 성난 민심의 소리 없는 거대한 아우성.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여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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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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