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
▶ 전체 암의 약 90%는 유전성 유전자와 무관
▶ 부모·형제·자녀 암 가족력 땐 위험 2~5배 높아
▶ BRCA 등 유전자 변이 있어도 발병은 ‘필연’ 아냐
▶ 생활습관 개선·조기검진으로 위험 낮출 수 있어

[클립아트 코리아]
마이애미 대학교 실베스터 종합암센터의 혈액학 과장으로 워싱턴포스트(WP)에 건강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암 전문의 마이클 세케레스 교수는 “암 위험과 관련해 가족력은 얼마나 중요한가?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나도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진료실에서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환자는 80대 후반의 여성이었고, 얼마 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의 아들과 딸이 곁에 앉아 있었다. 나는 환자를 처음 만날 때 통상적으로 묻는 일련의 질문 가운데 하나로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또 있는지 물었다.
“네, 있어요.” 환자가 대답했다. “어머니가 60대에 다발성 골수종에 걸리셨어요.”
나는 암에 걸린 가족이 또 있는지 물었다.
“저요!” 딸이 자청해서 대답했다. “저도 60대에 유방암에 걸렸어요.”
나는 그 정보를 충실하게 환자의 의무기록에 입력했다.
“그렇다면 우리 집안에는 암이 유전되는 건가요?” 환자가 물었다.
나 역시 같은 의문을 가져왔다. 이전에 쓴 적이 있듯이 나의 어머니는 폐암을 앓고 있고, 어머니의 남동생과 어머니 역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 쪽에서는 아버지의 아버지가 전립선암에, 어머니가 난소암에 걸렸다. 가까운 친척 중 암에 걸린 사람이 모두 5명이다.
하지만 이런 암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나 자신의 암 위험도 더 높다는 뜻일까? 내 환자의 가족은 어떨까?
걱정하기 전에 먼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암 발생의 대부분, 약 90%는 유전된 유전자 때문이 아니다. 완전히 무작위로 발생하거나 생활습관 또는 다른 요인들이 전부 또는 일부 영향을 미쳐 발생한다.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전체 암의 약 40%는 운동하고, 흡연을 피하고, 음주를 제한하고, 그 밖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선택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암 위험 증가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의 변이다시 말하지만 전체 암 가운데 유전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최대 12%에 불과하다. 우리가 흔히 집안에 암이 유전된다고 표현하는 경우다.
암에 걸릴 소인을 유전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는 같은 쪽 집안의 가까운 가족 여러 명에게 유사한 암이 발생한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인 50세 이전에 가족이 암에 걸린 경우 등이 있다. 특히 난소암, 췌장암, 결장암과 직장암, 전이성 전립선암, 남성 유방암 또는 ‘삼중음성’ 유방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한 사람에게 여러 종류의 서로 다른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단서가 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암과 관련된 비교적 흔한 유전성 유전자 돌연변이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BRCA1과 BRCA2는 가족 구성원 여러 명에게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이 발생하는 집안에서 발견된다. 일반 인구에서는 약 400명 중 1명이 이들 유전자 가운데 하나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슈케나지 유대계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아 약 50명 중 1명에 이른다.
MLH1, MSH2, MSH6, PMS2는 결장·직장암, 위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흔히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일반 인구에서 이들 돌연변이 가운데 하나를 보유한 사람은 거의 300명 중 1명꼴이다.
TP53은 유방암, 뼈암과 연조직암, 뇌암, 부신암, 백혈병 등을 포함해 다양한 악성종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를 통틀어 ‘리-프라우메니 증후군(Li-Fraumeni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보인자는 여러 종류의 암에 걸릴 수 있는데, 여성은 유방암이 먼저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남성은 뇌암이나 연조직암이 처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암 발생 소인을 높이는 TP53 변이를 유전받은 사람은 최대 5,000명 중 1명꼴로 추정된다.
유전성 유전자 돌연변이는 젊은 성인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런 암이 노년기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암 발생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며, 유전성 유전자 돌연변이 하나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암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나와 동료들은 60대 후반에 특정 형태의 백혈병에 걸린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하나의 유전성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이는 실제 암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살아가는 동안 추가적인 돌연변이가 생겨야 했음을 시사한다.
■ 암 가족력이 있으면 암 위험은 높아진다우리 가족의 암 가족력 때문에 어머니는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유전성 암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어머니 쪽 가족 중 암에 걸린 사람이 여러 명이었지만, 이들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원인은 없었다. 대신 각각의 암은 무작위로 발생한 것이었고, 따라서 어머니가 알려진 암 유전자를 나에게 물려줬을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아버지 쪽 집안에 그런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내 환자의 가족에게도 암 환자가 상당수 있었지만, 그 양상은 유전성 유전자 돌연변이의 전형적인 패턴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암에서 부모나 형제자매, 자녀로 정의되는 1촌 가족 가운데 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같은 종류의 암에 걸릴 위험이 2~5배 높다. 이는 자외선 손상에 더 민감한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것처럼 다른 종류의 취약성을 공유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흡연과 같이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위험 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가족력 때문에 암 위험이 정확히 얼마나 높아지는지 알기 어렵다. 나는 단지 가족의 암 병력만으로도 내 암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동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 노력해왔다.
■ 유전성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어도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흔히 알려진 암 관련 유전자 가운데 하나를 유전받은 사람은 일반인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다. 그러나 암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반 여성 인구에서는 약 13%가 평생 동안 유방암 진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BRCA1 변이를 유전받은 여성의 55~72%, BRCA2 변이를 유전받은 여성의 45~69%는 70~80세까지 유방암에 걸린다. 이들 돌연변이 가운데 하나를 가진 사람의 암 위험이 일반인보다 확실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100%는 아니다.
■ 유전성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어도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예를 들어 BRCA1 또는 BRCA2 변이를 유전받은 여성의 경우 암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25세부터 매년 유방 영상검사를 받는 등 강화된 검진을 시행하거나, 예방적 유방절제술 또는 난소 제거 수술 같은 위험 감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난소 제거 수술은 린치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도 권고될 수 있다. BRCA 보인자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선택해 유명해진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졸리의 결정 이후 BRCA 변이 검사를 받는 사람이 늘어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유방절제술을 선택하는 여성도 증가했다. 약물을 이용한 암 예방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구 피임약은 이들 변이 가운데 하나를 가진 여성의 난소암 위험을 44~61% 낮출 수 있다.
린치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20대부터 대장내시경을 통한 암 검진을 시작하거나, 가족 중 가장 어린 나이에 결장·직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진단 연령보다 5년 앞서 검진을 시작해야 하며 이후 1~2년마다 검사를 계속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암을 조기에 발견해 더 공격적인 암으로 발전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기 전에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하루 600㎎의 아스피린을 최소 2년 동안 복용했을 때 결장암 위험이 약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은 복잡하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갖고 태어난 유전적 조건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암 위험은 평생에 걸쳐 발생하는 수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암 가족력이 있든 없든 추가적인 생활습관상의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고 암 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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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kael A. Sekeres,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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