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 경찰이 자동차 트렁크에서 찾아낸 것은 키 1.2m의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금목걸이를 하고 민소매 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다. 이 보행 로봇은 이달 10일 밤 11시 45분께 패스트푸드 매장 앞에 있던 16세 소녀의 신체를 접촉해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압수됐다. 로봇의 16세 소유주와 19세 동행인은 당시 장면을 촬영하고 소셜미디어로 생중계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조종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미래학자이자 세계 3대 공상과학(SF)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2년 단편소설 ‘런어라운드’에서 그 유명한 ‘로봇 3원칙’을 제시했다. 제1원칙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거나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제2원칙이다. 제3원칙은 1·2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안전이 명령 복종보다 앞선다는 뜻이다. 소설가는 80여 년 전에 이미 기계의 능력보다 사람을 먼저 고민했다. 하지만 로봇은 인간의 의도 때문인지, 결함 때문인지 종종 일탈한다. 2024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인간형 로봇 ‘무함마드’가 방송 중인 여성 기자의 몸 뒤쪽에 손을 뻗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우리가 상상해온 인공지능(AI) 로봇의 공포는 대개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경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악의에 복종하는 로봇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한밤중에 추행 장면을 실시간 중계했다는 대목은 더욱 씁쓸하다. 타인의 수치심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첨단 기계를 관심 끌기의 도구로 동원한 셈이다. 로봇의 손을 빌렸다고 치더라도 범행이 장난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로봇이 거리와 가정에 더 많이 들어올수록 쾰른에서 벌어진 것과 비슷한 사고가 빈번해질 수 있다. 아시모프는 로봇에게 인간을 해치지 말라는 대원칙을 부여했다. 이제 인간에게도 원칙이 필요하다. ‘로봇을 이용해 남을 해치지 말 것.’
<한영일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