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넷이 함께한 여행 셋째 날, 우리는 포르투갈의 두에로강변에 있었다. 오후에 유람선을 타는 일정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 강변 길을 따라 줄지어 선 천막 가게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곳에는 포르투갈의 색과 문양이 넘쳐났다. 코르크로 만든 가방에도, 바람에 살랑이는 실크 스카프에도, 정성스럽게 빚은 사기 찻잔에도 어김없이 푸른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특별히 바쁠 것이 없는 우리들은 한동안 그 가게들을 기웃거렸다. 그러다 갈증이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다리 밑에 음료수를 파는 작은 가게가 보여 그곳으로 갔다. 메뉴에는 칵테일 종류만 적혀 있었다. 혹시 해서 냉커피를 파냐고 카운터에 서 있는 청년에게 물어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자기네 말로 뭐라 뭐라 하더니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커피에 얼음 몇 조각 넣는 정도를 기대했던 우리는 그 청년이 들고 온 커피를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하얀 거품을 머리에 인 커피는 투명한 유리잔 안에 우아하게 담겨 있었다.
한 모금 마시자 은은한 커피 향이 입안에 퍼졌다. 달지도 쓰지도 않은 부드러운 맛이었다. 차가운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기분 좋은 시원함이 온몸으로 번지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두 번째 모금을 입안에 넣고 천천히 커피 향을 음미하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짜증스럽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거 뭐야! 구정물 맛 같아!”
믿기지 않는 그 말에 나는 내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아니, 이 맛이 구정물이라니? 그 친구가 평소 한국 믹스커피를 즐겨 마시던 생각이 났다. 나는 친구에게 믹스커피 맛을 생각하지 말고, 와인을 마시듯 한 모금 입에 넣고 천천히 입안에서 굴려보라고 했다. 친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한 모금 마셨지만,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옆에 앉은 다른 친구에게 잔을 내밀며 마셔보라고 했다.
행복한 얼굴로 커피 향을 즐기던 그는, 옆 친구가 내민 커피를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이건 왜 이래?”하며 인상을 썼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된 나는 그 커피를 들고 카운터로 가서 한 잔만 이상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새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은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구정물 같다고 했는데도 믿지 않고, 오히려 입안에서 천천히 굴려 맛을 음미해 보라고 했던 나를 흉내 내며 웃었다. 나도 웃으며 구정물 같다고 불평하면서도 다시 맛보라는 나의 말에 그것을 입에 가져다 대던 친구를 놀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말을 받아치며 배를 움켜쥐고 깔깔거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확신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내가 경험했으니 당연히 옳다고 믿는 자기중심적인 본능이 우리를 그런 생각에 가두는지도 몰랐다. 유유히 흐르는 두에로 강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의 사고도 저 강물처럼 고이지 않고 넓게 흐르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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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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