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그의 관세 집착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2월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가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부과했던 광범위한 ‘해방의 날’ 관세를 무효화하면서 대통령에게는 비상권한을 이용해 거의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은 매우 유사한 관세를 되살리기 위해 법령집을 뒤져 점점 더 이례적이고, 생소하며, 어쩌면 불법일 수도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먼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한시적 관세가 도입됐다. 그 조치가 종료되자 행정부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60개 경제권, 즉 80개가 넘는 국가에 10~1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1930년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제338조를 적용했는데, 이 조항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
이번의 새로운 광범위한 관세의 명분은 최근 몇 달 사이 갑자기 등장한 ‘강제노동’ 문제다. 행정부는 캄보디아와 중국은 물론 노르웨이, 일본, 호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들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자국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으며 그 결과 미국의 상거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너무나도 허황되고 광범위하다(스웨덴이 캄보디아만큼 심각하다는 것인가?)는 점에서 오히려 의도를 드러낸다. 이는 백악관이 트럼프에게 불리한 연방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우회하기 위해 법적 구실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거의 틀림없이 만들어낸 논리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선전 이상의 문제다.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대해 자신들도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는 내용을 공식적인 사실로 인증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관들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법적 논리를 구성하며, 미국 정부의 권위를 최고법원의 판결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위 주장에 부여해야 한다. 기관이 부패하는 과정은 바로 이런 식이다. 처음에는 진실을 조금 왜곡하라는 요구를 받고, 그다음에는 거짓을 사실이라고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리고 결국 거짓말이 일상이 되면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조지 오웰이 그린 세계로 가는 길이다.
참고로 세계노예지수를 작성하는 인권단체 ‘워크 프리’는 미국이 매년 강제노동으로 생산됐을 위험이 있는 상품을 약 1,696억 달러어치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단연 가장 큰 규모라고 추산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단속이 트럼프가 관세 대상으로 삼은 모든 국가보다 더 허술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행정부가 내세우는 도덕적 명분이 이미 충분히 터무니없는 수준인데도 더욱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 지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관세에 반대하는 경제적 논거는 날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급증했던 제조업 건설 투자 지출은 2024년 9월 연간 기준 약 2,5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5월에는 약 1,75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고용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약 7만5,000개 일자리가 줄었다. 공장 생산은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 증가분은 첨단 제조업과 인공지능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그 상당수는 트럼프 취임 이전에 이미 계획됐던 투자의 결과일 뿐 관세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몇 달 전 미국 상공회의소가 소개했던 그렉 프랠리의 사례를 보자. 그는 상업용 항공기용 알루미늄 부품을 생산하는 애리조나의 소규모 기업 FALCO의 운영을 돕고 있다. 바로 이런 기업이 트럼프가 지원하고 싶다고 말하는 대상이다.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미국의 제조업체인 것이다.
FALCO의 알루미늄 원자재 비용은 72%나 상승했다. 이 회사는 단순히 미국산 금속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미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량은 국내 수요의 절반 정도만 충족할 뿐이며, 그마저도 상당량은 공개 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다. 결국 FALCO는 계속해서 알루미늄을 수입하고 관세를 납부하며 그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프랠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신규 채용을 중단했고, 사업 확장을 연기했으며, 자연 감소를 통해 직원 수를 최소 20% 줄였고, 현금 보유액을 사용했으며, 고객 청구서에 ‘관세 할증료’까지 추가했다.
한편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트럼프는 수입 알루미늄 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했고, 최근에는 미국 내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생산업체에는 관세를 할인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리오틴토는 즉각 거절했다. 결국 이 관세는 세 가지 결과를 동시에 낳았다. 미국 제조업체의 비용은 상승했고, 그 기업의 일자리와 투자도 줄어들었으며, 유인하려 했던 해외 생산업체로부터는 새로운 제련소 투자조차 얻어내지 못했다.
논리는 완전히 뒤집혀 있다. 알루미늄 제련 산업은 미국 내 알루미늄 관련 일자리 가운데 극히 일부만 차지한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재활용 분야와, 알루미늄을 항공기 부품·자동차·캔·기계·건축자재 등으로 가공하는 중간 및 하류 산업에 있다. 트럼프는 극히 작은 상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것에 의존하며 훨씬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훨씬 큰 산업 기반 전체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80년 동안 미국은 세계를 개방시장과 자유무역으로 이끌어왔다. 그러나 불과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트럼프는 미국을 사실상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보호무역적인 국가로 바꾸어 놓았다. 그 결과는 제조업의 부흥이 아니었다. 더 높은 물가, 더 위축된 투자, 더 적은 제조업 일자리, 그리고 실패한 경제 이념을 방어하기 위해 점점 더 기꺼이 거짓을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만들려는 정부만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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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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