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수술은 암을 확실히 제거하면서 정상 폐를 얼마나 잘 보존하느냐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이 잘랐느냐보단, 필요한 만큼 정확하게 잘랐느냐가 중요하죠.”
8일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황진욱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초기 폐암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폐의 일부만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이거나 폐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정상 폐를 최대한 남기는 것이 수술 후 삶의 질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수술이 더욱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절제할 부위에 연결된 작은 혈관과 기관지를 정확히 구분하면서 남길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로봇이 유용하다. 황 교수는 “로봇수술은 좁은 공간에서도 여러 각도로 접근할 수 있고, 확대된 입체 영상을 보면서 작은 혈관을 좀 더 세밀하게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정교한 수술을 위해 수술 중 폐의 변형을 예측하는 3차원(3D) 시뮬레이션 기술도 적용한다. 그는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때와 달리, 수술할 때는 폐의 공기를 빼기 때문에 폐가 쪼그라들면서 병변 위치도 달라지기 쉽다”며 “이런 변화를 미리 예측하면 정상 폐의 불필요한 절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이 기술은 국내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황 교수는 정교한 기술 못지않게 환자의 수술 전 준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이 의심되면 당장 떼어내고 싶겠지만, 기저질환을 잘 관리해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담배는 되도록 일찍 끊고, 적어도 수술 2주 전부터는 금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폐암 수술에선 폐를 얼마나 잘라냅니까.
“폐는 오른쪽 세 개, 왼쪽 두 개의 큰 덩어리인 ‘폐엽’으로 나뉩니다. 암이 있는 폐엽 전체를 떼는 게 폐엽절제술이에요. 폐엽을 여러 구역으로 구분하고, 이런 구역을 제거하는 것이 구역절제술입니다. 쐐기절제술은 구역의 경계를 따르지 않고 종양과 주변 정상 폐 일부를 쐐기 모양으로 잘라내는 방법이에요. 절제하는 폐 조직의 양은 폐엽절제술, 구역절제술, 쐐기절제술 순으로 줄어듭니다. 폐를 적게 잘라낸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수술은 아니에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폐 기능이 나쁘거나 고령이어도 폐암 수술이 됩니까.
“종양이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일부 초기 폐암이라면 위치와 폐 기능을 고려해 구역절제술이나 쐐기절제술을 선택할 수 있어요. 폐 기능이 떨어져 과거에는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환자도 폐 절제 범위를 줄이는 방법이 나오면서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요즘에는 70대 후반이나 80대 환자도 폐암 수술을 받는데, 이런 분들은 폐를 많이 잘라내면 수술 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암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 안전거리가 확보된다면, 정상 폐를 최대한 남길 수 있는 수술을 적극 고려합니다.”
-로봇 수술을 선호하는 환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로봇 수술은 정밀한 수술이 필요한 폐암 환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어요. 종양이 심장이나 큰 혈관, 기관지 같은 주요 구조물과 가깝거나 좁고 깊은 부위에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주변 조직의 유착이나 염증이 심한 경우에도 로봇수술을 고려할 수 있어요. 흉강경 수술 기구는 직선 형태여서 움직임에 제약이 있지만, 로봇 기구는 손목처럼 움직이는 관절이 있어 좁고 깊은 곳에서도 여러 각도로 접근할 수 있어요. 확대된 입체 영상으로 작은 혈관과 기관지를 확인하고 손 떨림을 보정하며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로봇 수술이 모든 폐암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에요. 종양의 크기와 위치, 병기, 림프절 전이 가능성, 환자의 폐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개흉, 흉강경, 로봇 수술 중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폐 속 작은 병변을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CT는 수술 전 폐가 부푼 상태에서 찍지만, 수술할 때는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술하는 쪽 폐의 공기를 빼 쪼그라뜨립니다. 바람 빠진 튜브처럼 폐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면서 그 안에 있는 결절의 위치도 변하는 거예요. 예상했던 곳에서 결절을 찾지 못하면 병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변 폐를 더 넓게 잘라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려고 환자의 CT 영상으로 폐를 3D로 재구성한 다음, 수술 자세와 중력에 따라 폐가 어떻게 변형될지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장치를 개발해 현재 수술할 때 적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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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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