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색해진 AI 거품론
▶ 6분기 연속 ‘역대 최대’ 폭풍 질주
▶ 2030년까지 가격보장계약 26건에 수주 금액 50% 늘어나 1500억불로
▶ 반도체 풍향계 ‘슈퍼사이클’ 재확인
반도체 시장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이 9월 30일 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수요로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1년 만에 11배 폭증하면서다. 고점 우려를 딛고 메모리 업사이클을 재확인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훈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날 2026회계연도 4분기(5월 29일~9월 3일)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542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6분기 연속 최고치 행진이다.
분기 매출은 1년 전 기록한 113억 2000만 달러에서 4배 가까이 늘면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평균 예상치인 510억7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연간 매출도 1년 새 373억 8000만달러에서 1331억9000만달러로 256% 급증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4분기 조정 후 주당순이익(EPS)은 33.42달러로 예상치인 31.61달러를 웃돌았다. 마이크론은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615억달러, 조정 주당순이익을 38.15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LSEG가 각각 예상한 570억달러, 35.40달러보다 높다.
매출 신기록을 이끈 동력은 매출 180억달러를 기록한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1년 전 15억7700만달러와 비교하면 11배 넘게 치솟았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산자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2027회계연도에는 더욱 강력한 실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전략적고객협약(SCA)을 통해 마이크론의 재무 성과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SCA는 고객사가 메모리 구매량과 금액을 미리 확정하는 마이크론의 계약 방식이다. 일반적인 장기 계약에 비해 가격 하락이 막혀 있어 마이크론에 유리하다.
실제 마이크론의 SCA 건수는 지난 분기 16건에서 이번 분기 26건으로 늘었으며 이는 2030년까지 매출의 35% 이상으로 추산된다. 계약의 75%는 최저가와 최고가 범위가 설정되거나 가격이 확정됐고, 나머지는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추가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SCA 건수가 늘면서 잔여계약의무액(RPO)도 전 분기(1000억 달러) 대비 50% 증가한 1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RPO는 계약 후 아직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수익이다.
산자이 CEO는 데이터센터에 이어 2030년부터는 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에서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가장 높은 수준인 ‘L4’ 이상 자율주행차는 200GB(기가바이트) 이상의 메모리와 TB(테라바이트) 규모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같은 저장 장치를 탑재할 것”이라면서 “현재 L2나 L3 수준의 자율주행차보다 메모리와 저장 장치 용량이 10배 늘어나고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유사한 수준의 스토리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최대 병목으로 꼽히는 HBM 전망도 낙관적이다. 내년 HBM 가격을 인상한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 함께 맞춤형 HBM4E(7세대)를 개발 중이며 2028년 HBM 성장 속도가 D램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HBM을 비롯한 메모리 공급을 늘리기 위해 미국 뉴욕주와 본사가 있는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 지출도 대폭 늘린다. 2027회계연도 상반기 자본 지출은 1분기 115억달러, 2분기 135억달러 등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 자본 지출(273억 7000만달러)에 육박하는 돈이 내년 상반기 한꺼번에 집행된다는 뜻이다. 투자의 대부분은 생산 시설 건설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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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창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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