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지켜도 생활비 빠듯
▶ 가처분 소득 기준 계산
▶ 최근엔 ‘50·30·20 관리법’

주거비를 세전 총소득의 30% 이하로 유지하면 나머지 생활비와 저축, 기타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는‘30% 법칙’이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물가와 렌트비 등이 크게 오르면서 새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최근에는 렌트비만 따로 계산하지 않고 모든 필수생활비를 하나의 항목으로 관리하는 ‘50·30·20 예산 관리법’이 많이 권장되고 있다. 사진은 2021년 LA 지역 세입자 단체들의 강제 퇴거 중단 요구 시위 모습. [로이터]
오랫동안 ‘30% 렌트비 법칙’이 재정관리의 기본 원칙으로 여겨져 왔다. 이 원칙은 주거비를 세전 총소득의 30% 이하로 유지하면 나머지 생활비와 저축, 기타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최근 경제 상황이 크게 바뀌면서 이 공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원칙이 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주택비용은 물론 식료품, 휘발유, 공공요금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임금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30% 기준을 지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렌트비 역시 크게 오르고 있다. 최근 임대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대도시의 중간 렌트비는 월 1,686달러로 집계됐다.
■ 30% 지켜도 생활비 빠듯한 현실
‘소득의 30% 이하만 주거비로 사용하라’는 이른바 30% 렌트비 법칙은 연방정부의 ‘주거비 부담 능력’(Housing Affordability) 기준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지 않으면 적정한 수준의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도 많은 집주인과 임대시장에서는 온라인 렌트비 계산기 등을 통해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및 개인 재무 전문가들은 현재 가계 재정 상황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에 이 기준을 절대적인 원칙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 때문에 30% 렌트비 기준을 충족해도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렌트비에 더해 식료품비, 교통비, 보험료, 각종 생활비 등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단순히 렌트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만으로 재정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총소득 아닌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
30% 렌트비 법칙의 문제로 세전 총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가계가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세금과 은퇴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기 때문에 현실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연방준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중위 가구소득은 연간 약 8만4,000달러, 월 기준으로는 약 7,000달러(세전) 수준이다. 30% 법칙을 적용하면 이 가구는 월 최대 2,100달러를 렌트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계산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소득의 10%를 은퇴연금에 적립하면 연간 소득은 7만5,600달러로 줄어든다. 여기에 남은 소득의 25%를 세금으로 납부하면 가처분 소득은 5만6,700달러 수준으로 감소한다.
또 평균 수준 연간 건강보험료 9,024달러(월 약 752달러)까지 고려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은 연간 4만7,676달러, 월로 따지면 약 3,973달러에 불과하다. 즉, 연소득 8만4,000달러인 가구의 실제 월 가처분 소득은 약 3,973달러가 되며, 이 경우 렌트비 2,100달러는 소득의 약 53%를 차지하게 된다. 세전 총소득 기준으로는 렌트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30%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만약 자동차 할부금, 학자금 대출, 크레딧카드 대금, 자녀 양육비 등 다른 고정지출까지 고려하면 생활에 필요한 여유 자금은 크게 줄어들어 렌트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 가계마다 다르게 적용해야
같은 소득과 같은 렌트비를 부담하더라도 실제 생활 여건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 30% 법칙을 모든 가계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모두 세전 소득의 30%를 렌트비로 지출한다고 가정해 본다. 한 사람은 부채가 없고, 자동차 할부도 끝났으며, 직장에서 제공하는 유리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다른 사람은 학자금 대출 상환, 자녀 양육비, 계속 오르는 보험료, 크레딧카드 빚까지 함께 부담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사람 모두 같은 30% 법칙을 지키고 있지만 실제 재정 상태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사람은 비교적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지만, 두 번째 사람은 생활비가 부족해 크레딧카드에 의존하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주거비 부담 때문에 다른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빚이 늘어나면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 30% 렌트비 대신 ‘50·30·20 관리법’
개인 금융 전문가들은 주거비를 낸 뒤에도 생활비를 감당하고 빚을 갚거나, 비상자금을 마련과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사람마다 재정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은퇴연금을 최대한 불입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비상자금을 마련하거나 가족 여행, 또는 자동차 유지 또는 자녀 교육비 부담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처럼 주거비는 전체 재정 계획의 일부로 판단하는 것이 단순 비율을 적용하는 것보다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30% 렌트비 법칙 대신 ‘50·30·20 예산 관리법’도 많이 권장되고 있다. 이 방법은 렌트비만 따로 계산하지 않고 모든 필수생활비를 하나의 항목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가처분 소득의 50%는 필수지출, 30%는 선택지출, 20%는 저축과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예산 관리법이다.
이 관리법에 따르면 주거비는 전체 필수지출의 한 항목으로 포함된다. 따라서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조금 넘더라도 주거비가 포함된 전체 필수지출이 가처분 소득의 50% 안에서 관리된다면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 주거비 부담이 바꾼 라이프 스타일
‘30% 렌트비 법칙’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어지면서 룸메이트와 함께 살거나,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주거비가 낮은 지역을 선택하거나,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사 서비스 비교·예약 온라인 플랫폼 스페어풋이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 집을 떠났던 청년층의 58%가 다시 부모와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같은 응답자의 75%는 현명한 재정 전략을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다라고도 답했다.
이 같은 추세는 젊은 층만의 현상이 아니다. 룸메이트 매칭 플랫폼 스페어룸에 따르면 최근 65세 이상 고령층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룸메이트 연령대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높은 렌트비와 인플레이션, 이혼 증가, 은퇴 후 고정소득 생활 등이 고령층까지 주거비를 함께 부담하는 주거비 해결 전략으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준 최 객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