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난 해를 서양에서는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1905년이다. 이 한 해 동안 당시 26살이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사를 바꿀 논문을 네개나 발표한다. 하나는 빛의 광전 효과, 나머지는 분자의 브라운 운동, 특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에너지 질량 일원성에 관한 법칙 등이다. 이중 하나만으로도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사에 이름을 남겼을텐데 한 해에 이를 모두 발표한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이 같은 해 여러 작품을 남긴 경우지만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이 쏟아지는 해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776년이다. 이 해는 미 독립 선언서가 탄생한 해이면서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산업 혁명을 상징하는 증기 기관이 처음 실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해이고 영어로 쓴 역사서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가 첫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권 같은 천부 불가양의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이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가 창설되었다는 독립 선언서의 주장은 스코틀랜드 계몽 철학의 주장과 닮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선언서를 쓴 토머스 제퍼슨은 어려서부터 스코틀랜드 출신 교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도 스코틀랜드 사람으로 이 계몽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의 하나다. 증기 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 또한 스코틀랜드인이고 보면 ‘어떻게 스코틀랜드인들이 현대를 발명했나’라는 책을 쓴 아더 허먼의 주장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로마 제국 쇠망사’를 쓴 기번은 스코틀랜드인은 아니지만 전통이나 신앙이 아니라 이성으로 역사를 조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 철학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1764년 10월 15일 로마의 폐허 속에서 사제들의 저녁 기도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그때까지 가장 위대한 제국이던 로마가 망하게 됐는지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고 적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로마가 망한 구체적인 이유로 현세보다 내세를 중시하고 전투보다 평화를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확산, 애국심과 도덕 대신 만연한 부패와 향락, 이기주의, 로마 군대의 기강 상실로 인한 용병의 증가, 게르만족 등 외적의 발호와 약해진 방어선, 정치적 타락과 무능한 관료, 중과세 등등을 꼽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현상은 로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모든 집단의 ‘흥망성쇠 4단계’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첫 단계는 가난하면서 스스로 가난하다고 믿는 단계, 단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이 때는 모든 구성원이 자기만이 아니라 집단 전체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두번째는 부를 축적했는데도 가난하다고 믿는 단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심리가 공동체를 지배하며 부는 급속도로 증가한다. 세번째는 부자가 됐으며 스스로 이를 깨닫는 단계. 이때는 슬슬 게을러지며 사치와 향락, 부패에 빠지기 시작한다. 네번째는 이미 가난해졌는데 아직도 부자라 믿는 단계. 사회의 온갖 분야가 침체에 들어가며 그럼에도 개선하려는 노력은 없거나 미약하고 결국에 가서는 돌이킬 수 없는 망조에 접어들게 된다.
기번이 이 책을 썼을 때 영국은 숙적 프랑스와의 ‘7년 전쟁’에서 승리, 유럽과 신대륙, 인도에 걸쳐 광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영국 왕 조지 3세는 무리한 과세를 고집하다 13개 식민지를 날려 먹고 정신병자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물론 그 후에도 영국은 오랫 동안 제국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몰락의 씨앗은 그때 이미 뿌려졌는지 모른다. 서로마도 5현제 시대가 끝나고도 200년간 이어졌지만 그 후는 쇠락의 과정이었을뿐이다.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미국은 어떤가. 툭 하면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라고 자랑하지만 올해 미국의 국채는 GDP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30년 후 그 17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이자 내기에도 급급해 정부 기능은 마비 상태에 빠진다. 그럼에도 그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려면 사회 복지 체제를 개혁하고 세금을 늘려야 하는데 어느 쪽도 인기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정 최고 책임자는 집권 1년 만에 2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내 뱃속만 불리면 된다는 태도를 이보다 더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다. 미국 탄생과 ‘기적의 해’ 250주년을 맞아 미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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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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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에 ㅗㅅ아붓는 무기값만 줄여도 연방적자는 금방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