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핵심 목표는 무엇일까.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 유지(Status Quo)’가 그 답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줄곧 주창해온 것은 한반도 비핵화였다.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은 ‘3노(Three No)’로 정리돼왔다. ‘노 전쟁·노 혼란·노 핵’으로. 그런데 이 3노 중 2노만 남았다. ‘노 핵’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만 것.
2025년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후 발표된 양국 공식문서에서 기존의 ‘비핵화’ 관련 문구가 빠졌다. 그리고 지난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도, 그리고 한 달 만에 이루어진 박태성 북한 내각 총리의 시진핑 접견에서도 ‘비핵화’란 말은 사라졌다.
한 때는 북한 핵무장과 관련, 유엔제재에 동참하는 제스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쌍중단(雙中斷)에 쌍궤병행(雙軌?行), 다시 말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동시에 추진하고,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체결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꽤나 요란스럽게 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국이 공식 군비백서나 회담 발표문 등에서 ‘한반도 비핵화’표현을 삭제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같은 변화를 불러왔나. ‘시진핑의 태도 변화는 김정은의 러시아 옵션 부상을 반영하고 있다.’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의 지적이다. 시진핑이 태도를 바꾼 것은 김정은이 러시아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데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김정은과 푸틴의 밀착관계다. 김정은은 1200여 만발의 탄약 보급도 모자라 14000에 이르는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했다.
그 대가로 얻어낸 것은 경제지원, 핵, 마사일 등 최첨단 군사기술지원, 그리고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외교적 도움이다. 북-러관계는 2024년에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는 등 군사동맹 수준의 밀월 관계로 이어졌다.
날로 깊어가는 김정은과 푸틴의 우정. 이를 지켜보다가 시진핑은 결단을 내렸다. 김정은을 중국의 영향력 안에 다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시진핑은 김정은에 대한 정치,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게 됐다. 그러면서 북한 핵도 사실상 용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시진핑의 태도 변화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할까. 바로 이점도 작용했다는 것이 적지 않은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중국입장에서 부담도, 자산도 될 수 있다. 자칫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모한 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는 부담이다. (적정선의 도발을 통해)미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어지는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의 지적이다. 비유하자면 시진핑은 김정은 체제라는 미친개를 가죽 끈에 묶어 미국과의 대립관계에 적절히 이용하려 들고 있다는 것. 그 끈을 너무 조이면 효과가 별로 없다. 느슨히 묶어 행동반경을 넓혀주면 위험하다. 그러나 그만큼 효과도 크다. 그런 계산이 깔려 있다는 거다.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중국이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또 핵무장도 용인하고 나섬에 따라(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 용어 자체가 이미 모든 의미를 잃었다는 선언과 함께 북한 핵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고만장, 김정은은 더 위험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핵 무장을 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꽤 위험수위가 높은 위험한 도발을 해도 보복당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뒷배를 봐주고 있다. 그런 입장의 김정은은 워싱턴을 향해, 또 서울을 향해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기에다가 대만유사시 김정은의 북한은 독자적으로 한국을 침공할 수도 있다. 정반대로 ‘성동격서(聲東擊西)격으로 북한을 사주해 한국에 대해 도발을 한 후 시진핑은 대만 침공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다수 관측통들이 보이고 있는 우려다.
‘동북아시아는 전략적 굴곡점을 맞고 있다.’ 관련해 디펜스 포 디모크래시스의 데이비드 맥스웰이 내린 진단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각각 별개의 안보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핵 인정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는 거다.
‘중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 자체도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상호보강능력을 갖춘 권위주의 체제 전쟁 네트워크가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유럽, 중동, 태평양지역, 범위를 좁히면 대만과 한반도 2개 전선에서 권위주의 축 세력의 도발에 따른 동시적 전쟁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지적이다.
이 정황에서 관련 당사국인 한국의 이재명 정권은 어떤 대응에 나서고 있을까. 선평화(先平和)정책이라고 했던가. 그게 통일부가 발표한 대응책이다. 벌써부터 굴종적이란 점에서 기대(?)했던 대로다.
중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일편단심, 김정은을 향한 애정에 결코 변함이 없는 게 바로 이 정권사람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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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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