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 밖으로 나서면 뜨거운 공기가 먼저 몸을 감싼다. 워싱턴 대도시권의 무더운 여름이 낯선 일은 아니며, 이곳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폭염은 더 이상 “여름은 원래 덥다”는 말로 넘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7월 17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미네소타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대기 흐름을 따라 미국 동부로 이동하면서 페어팩스카운티를 포함한 북버지니아 전역에 ‘코드 레드’ 대기질 경보가 내려졌다. 이는 일반 시민에게도 건강에 해로운 수준을 의미한다. 폭염과 산불 연기로 인한 대기질 악화가 동시에 나타난 현실은 더위가 단순히 불편한 날씨가 아니라 건강과 노동, 에너지, 주거환경과 도시계획을 함께 흔드는 기후위험임을 보여준다.
기후위험은 이상고온과 가뭄, 산불, 홍수와 같은 기후현상이 더욱 빈번하고 극심해지면서 사람과 지역사회가 입게 되는 피해를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모두에게 같은 크기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냉방이 잘되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과 야외 노동자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다르다. 전기요금을 걱정해 에어컨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저소득 가구, 혼자 사는 노인, 천식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주민은 더 큰 위험을 떠안는다. 실제로 만성질환자와 노인, 어린이, 야외 노동자 등은 폭염과 산불 연기에 더욱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특히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으면 우리 몸은 낮 동안 축적된 열에서 회복할 시간을 잃는다. 여기에 정전까지 겹치면 냉방은 물론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의약품과 전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기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더위는 대기질 문제와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강한 햇빛과 높은 기온은 지표면· 오존이 생성되기 좋은 조건을 만들며, 정체·된 공기는 오염물질을 한 지역에 오래 머물게 한다. 여기에 산불 연기의 주요 유해성분인 초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 호흡기와 심혈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미 환경보호청은 산불 연기 속 초미세먼지를 가장 우려되는 오염물질로 지목하며, 노출될 경우 천식과 심장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유럽에서는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환경 자체를 바꾸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햇빛을 반사하는 밝은색 지붕과 포장재, 그늘이 있는 안뜰, 자연환기 구조, 녹지와 차양시설, 지역 단위 냉방시스템 등을 확대해 도시를 더위에 적응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과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 남유럽에서 폭염 대응은 더 이상 선택적인 환경정책이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도시의 핵심 기능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물리적인 도시설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폭염은 보건과 환경, 복지, 재난관리, 에너지와 노동정책이 동시에 얽혀 있지만 어느 한 기관도 명확하게 책임지지 않는 ‘거버넌스의 공백’에 놓이기 쉽다. 실제로,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는 2021년 세계 최초로 폭염 총괄관(Chief Heat Officer)을 임명했다. 그리스 아테네도 같은 해 유럽 최초로 이 직책을 도입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미국 최초로 공공재정으로 운영되는 폭염대응·완화국을 신설해 피해 예방과 도시 온도 저감정책을 연중 추진하고 있다. 버지니아의 페어팩스카운티도 폭염대응계획을 가동하고 도서관과 커뮤니티센터를 포함한 47개 냉방쉼터를 운영한다. 또한 냉방비와 냉방기기 지원, 열 취약지역 분석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폭염 대응이 개인에게 물을 마시고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담 조직과 예산, 부서 간 조정체계와 취약계층 중심의 정책을 갖춘 상시적인 공공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폭염은 환경문제를 넘어 공중보건과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이다. 이제 에어컨에 의존하는 개인적 대응에서 도시설계와 공공투자를 활용하는 구조적 대응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위를 개인이 참고 견뎌야 할 문제로 돌리지 않을 때, 도시는 비로소 기후위험에 대응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도시는 더 안전할 뿐 아니라 누구도 기후위험 속에 홀로 남겨두지 않는, 한층 더 정의로운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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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성 조지메이슨대학교 환경 과학 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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