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장윤기 사건은 형사사법 시스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수사와 기소는 반드시 완전히 분리돼야 하는가.”
최근 한국에서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검찰 수사권 축소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던 과거를 돌아보면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
장윤기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도 여기에 있다.
장윤기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2026년 5월 3일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 대상 성범죄 사건과 이후 5월5일 발생한 여고생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됐다. 당시 일선 경찰은 두 사건을 연관성이 있는 병합 사건으로 검토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수사본부는 두 사건을 병합하지 말고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정황과 관련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지난 21일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와 증거인멸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결론보다, 경찰 수사 역시 언제든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검증과 견제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자는 지난 2022년 4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스티브 데스카노 검사장과 ‘미국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한창이었다. 데스카노 검사장은 미국 검찰이 단순히 기소만 담당한다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검찰에도 수사권이 있다”며 “연방검사는 FBI와 협력해 대형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하고, 필요하면 현장에도 나간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연방검사로 재직할 당시 FBI 수사관들과 함께 사건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다만 카운티 검사들은 대부분의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보다는 경찰의 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수사가 미흡하거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또는 보완 수사를 요청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도는 경찰과 검찰의 역할을 구분하지만, 검찰을 수사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구조는 아니다. 기소를 책임지는 기관인 만큼 증거가 충분한지, 수사가 적법하고 충실하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책임도 함께 지고 있다.
장윤기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사기관이 한 번 내린 판단을 누가 다시 검증할 것인가. 만약 중요한 의문점을 확인하고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면 사건의 전모가 충분히 밝혀질 수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이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사례가 보여주는 점도 분명하다. 수사와 기소의 역할은 구분하되, 진실 규명을 위한 협력과 상호 검증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사법제도는 기관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제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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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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