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당시 중국이 개입해 미국 유권자 2억2000만 명의 정보를 불법 취득했고 내부의 적(deep state)은 이를 알고도 은폐했다. 미국의 디지털 선거 체계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대국의 위협에 취약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폭로에 중국 외교부는 근거 없는 날조·악의적 비난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뉴욕타임스, CNN, NBC 등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일각에서 나도는 음모론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명색이 한 나라, 그것도 세계 초강, 미국의 대통령이다. 그런 트럼프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근거 없는 파당적 주장을 하고 나섰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이전에 정치인이다. 그러니 아주 100% 틀린 비판으로만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단순히 그 뿐일까.
‘공산주의는 암(cancer)과 같다. 즉각 도려내야 할 미국의 적이다.’ 미국건국 250주년 기념연설에서 트럼프가 한 선언이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나온 것이 미국 선거 중국 개입 폭로다,
두 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잇달아 나온 트럼프의 이 메시지들이 그렇다. 뭔가 상호보완적인 정치적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큰 그림으로 보면 하나의 일관된 ‘대(對)중국 압박전략’이라고 하는 것이 떠오르고 있다고 할까.
트럼프는 독립기념일 250주년 연설에서 공산주의를 암에 비유하며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가치 수호를 강조했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미국의 대 중국정책이 단순한 경제적 경쟁이 아닌 ‘자유 대 전체주의’의 문명적 충돌로 규정하면서 미국 내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동맹국, 더나가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동참을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공산주의 타도연설이 ‘이념적 명분(명확한 적의 규정)’을 세우는 단계였다면, 선거 개입 폭로는 그 악마화된 적이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침해했는지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 제시에 해당된다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이다.
요약하면 공산주의 타도 연설은 ‘적에 대한 선전포고’이고, 선거개입 폭로는 그 ‘적이 아군을 공격한 증거’제시로 지지 세력에게 전투명령을 내린 격으로 해석된다는 거다. 이 같은 서사 완성과 함께 앞으로의 대 중국 제재와 관련해 동맹국들에게 ‘줄서기’요구를 정당화 하려는 전략이 트럼프의 이 잇단 메시지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 중국압박은 북한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 BTI Transformation Index의 지적이다. 미국이 북한을 ‘중국 배후의 위협’으로 간주해 대 북 강경책을 구사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7월에 전해진 트럼프의 이 잇단 강경한 대 중국 메시지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재개표’의 구호가 그치지 않고 있는 정치적 갈등 상황과 맞물려 한국에서도 복합적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대선 중국개입 폭로는 한국 내 보수 내지, 대한민국 지키기 운동 진영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셰셰’만 연발하는 이재명 정권을 향해 ‘외부세력(중국)과의 결탁 가능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는 국제적 정치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통령인 트럼프가 미국 선거 시스템의 기술적 측면과 데이터 보안문제를 강력히 제기 하고 나섰다. 다른 말이 아니다. 이재명 정권에 대해서도 선거관리 시스템의 투명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국제적, 외교적 압박으로 가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 발로 전해진 이 메시지는 한국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정치적 지형을 흔들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뒤따르는 지적이다.
‘6.3 지방 선거 부정선거’ 규탄시위가 40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제도권 정당이나 언론은 한낱 음모론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정황에서 세계 최고의 민주국가에서도 대규모 선거개입과 조작이 발생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한국의 부정선거 시위 세력에게 강력한 수사적 무기를 제공, 그 의혹에 대한 정당성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시위 동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재선거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중국 개입과 2억2000만 유권자 정보 확보’를 직접 언급한 데 힘입어 부정선거 의혹이 한국에서도 ‘거대한 외부 음모론’담론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시위성격도 변모할 여지가 커가고 있다는 전망도 따르고 있다.
단순한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넘어 반중(反中)시위나 안보위기론과 결부된 대규모 시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BTI Transformation Index는 미국이 중국을 ‘부정선거의 배후’이자 ‘민주주의의 적’으로 낙인찍은 상황은 한국 보수진영에게 강력한 정치적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진단하면서 이재명 정권의 대 중국정책을 ‘친중·종북’ 프레임으로 공격, 이념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공산주의 타도’, ‘중국 미국 대선 개입 폭로’. 워싱턴 발(發)의 잇단 나비의 날갯짓은 거대한 토네이도를 불러오면서 한국의 정치기상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 같은 그런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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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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